• 공유하기
산단히어로

고농도 포스트바이오틱스, 면역력을 높이고 바이오 한류를 이끌다

강원지역 의료·바이오 미니클러스터 한국베름(주) 한권일 대표

글. 강현숙 사진. 이성원, 한국베름(주)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허락된다.
모두가 장까지 살아서 가는 유산균에 주목할 때 생균을 열처리한 ‘유산균 사균체’에 몰두한 한국베름(주) 한권일 대표.
면역력 강화에 특화된 한국베름의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끝냈다.

생균이 아닌 사균 유산균을 아시나요?

이태원 경리단길 너머의 호젓한 골목, 한국베름이 운영하는 유산균 카페 ‘HB카페바이오틱스’에 들어서자 한권일 대표가 반갑게 맞는다. 다소 생소한 ‘포스트바이오틱스(유산균 사균체)’를 커피, 차, 아이스크림으로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곳. 나아가 식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에 포스트바이오틱스가 더해지길 바라는 한권일 대표가 꿈을 키우는 곳이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특수 열처리로 살아있는 유산균을 죽인 후 유효 성분만 보존한 유산균 사균체를 말합니다. 생균과 달리 중증환자, 임산부, 노인 등 누구나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고, 열이나 산에 영향을 받지 않아 가공성이 뛰어납니다. 각종 식품과 유통기한이 긴 화장품 등에도 첨가할 수 있죠. 면역조절작용, 대장염 개선, 아토피 개선 등 세계적으로 100편 이상의 전문가 논문이 나올 만큼 효과성 또한 입증되었습니다.”

한권일 대표가 권한 따뜻한 커피 한 잔에는 3,000억 마리의 유산균이 담겼다. 포스트바이오틱스 스틱 하나를 더한 덕분이다. 물론 맛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처럼 누구나 쉽고 편하게 면역력 강화에 좋은 유산균을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권일 대표의 고민은 자연스레 고농도 포스트바이오틱스 개발로 이어졌다. 무려 7조 5,000억(요거트 750병분) 마리의 유산균을 단 1g에 담아내는 고도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 한국베름은 포스트바이오틱스의 국산화를 이끌며 K-바이오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 150여 개 제약사와 식품사가 한국베름의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적용한 건강기능식품, 환자식, 우유, 에너지바, 사료, 화장품 등을 선보이고 있고, 카페 한편에 그 대표 제품이 진열되어있다.

포스트바이오틱스 국산화를 이끌다

한국베름은 한권일 대표의 첫 직장이자 일본의 유산균 전문기업인 일본베름에서 출발했다. 포스트바이오틱스 분야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있던 일본베름의 제품을 한국에 수입하는 임무를 맡은 한 대표는 2010년, 오피스텔 한 칸에 직원 한 명과 함께 시장 개척에 나섰다. 물론 녹록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유산균 시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생유산균이 아닌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더더욱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기회는 분명히 열릴 거라 확신했어요. 면역력에 있어 포스트바이오틱스의 경쟁력이 월등했거든요. 사업 부진에 좌절하는 대신 생명공학기술학부 대학원에 진학해 면역학을 공부했습니다. 미리 준비해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잖아요.”

실제로 그 기회가 왔다. 일본의 유산균 사균체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라는 과제가 떨어진 것이다. 한권일 대표는 깨끗한 환경과 예민한 관리가 필요한 유산균 생산을 위해 공장부지부터 찾아 나섰고, 청정 지역인 강원도를 주목하던 중 원주 문막반계산업단지의 외국인투자지역 1호 기업으로 입주했다. 여기에 기존에 우리나라에 없던 고농도 사균화 기술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기획재정부의 ‘고도기술 수반사업’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들뜸도 잠시였다.

“2016년 공장을 설립했는데 2년간은 아예 생산을 못 했습니다. 일본에서 가져온 매뉴얼을 따랐지만 품질 수치가 안정화되지 못했어요. 우리만의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죠. 거듭되는 실패를 발판삼아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한 덕분에 2018년 드디어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일본에게 전수받은 수준에 그치지 않고 더 고농도, 고품질의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생산해 역수출까지 이뤘다는 사실이죠.”

짜릿하게 기술 자립에 성공한 한권일 대표는 일본베름의 지분 역시 66%에서 20%대로 낮추고, ‘베름’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등 완벽한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우뚝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히포크라테스의 말이에요.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70~80%가 장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장 건강을 책임지는 한국베름의 유산균 역시 면역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건강과 면역력을 키우는 포스트바이오틱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행복을 키우는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한권일 대표의 방향은 뚜렷하다. 포스트바이오틱스가 식탁 위의 모든 음식에 첨가될 만큼 대중화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받으며, 화장품과 사료 등 활용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하나씩 그린다. 실제로 강원지역 의료·바이오 미니클러스터 회원사로 함께하며 화장품 업체와 적극적으로 교류, 서로 아이디어를 통합해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허브 구축 사업’을 한국산업단지공단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면역력 저하로 생기는 각종 질환 치료제로 활약하는 포스트바이오틱스를 꿈꾸며 국내 유수 대학병원 교수진과 긴밀한 산학협력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식품과 환자식을 넘어 항암과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유전정보) 치료제로 연구개발에 함께하고 있죠. 이미 연구자중심 임상을 진행하고 있고, 10여 편이 넘는 SCI논문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식품부터 제약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고품질, 고농도, 고기능성 포스트바이오틱스가 바꿀 우리의 식탁과 건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유산균에 빠져든 한권일 대표와 한국베름이 건강하고 행복한 답을 제시해 주리란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