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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포커스

‘뭉쳐야 산다’ 지금은 컬래버레이션 전성시대

글. 구보은

요즘 소비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아무리 쉬운 일도 서로 힘을 합치면 더 수월하다는 뜻으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속담이다. 바야흐로 ‘컬래버레이션 전성시대’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컬래버레이션, 브랜드 가치를 더하는 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팀을 이뤄 협업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컬래버레이션이 주로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2017년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을 들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지만 낡고 고루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피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미국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슈프림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결정한 이유였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당 컬렉션은 전 세계적으로 단 며칠 만에 품절됐고 리셀가가 수십 배를 웃도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루이비통은 침체됐던 브랜드 이미지를 젊고 새롭게 탈바꿈했으며, 슈프림은 특유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프리미엄과 희소성까지 얻었다. 이처럼 잘 만든 컬래버레이션은 서로의 가치를 올리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컬래버레이션 문화를 선도하는 MZ세대

최근에는 업종 간의 경계를 넘는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점점 높아지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해 알아야 한다.

MZ세대는 기존의 세대와는 전혀 다른 특징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데, 소유보다는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며 재미를 추구하는 성향이 짙다. 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을 뜻하는 ‘가심비’를 넘어 가격 대비 재미를 뜻하는 ‘가잼비’를 중시하여 소위 ‘펀슈머(Funsumer)’라고도 불린다. 더욱이 이들은 새로운 소비 경험을 SNS에 적극 공유하고 확산시키며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까지 일으킨다. 기업에서 MZ세대 소비자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이목을 끌고 그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더욱 독특하고 이색적인 영역으로 컬래버레이션이 확장돼 가고 있는 것이다.

컬래버레이션으로 새로운 소비문화 창출한 ‘곰표’

대한제분의 ‘곰표’ 밀가루는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에서 가히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작은 이랬다. 한 의류 업체가 곰표 캐릭터를 무단 도용한 티셔츠를 판매했고 이를 본 대한제분에서 항의 대신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정식 출시된 곰표 티셔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어 패딩, 맥주, 화장품, 팝콘 등이 잇따라 히트하면서 곰표는 그 어느때보다 핫한 브랜드가 됐다.

지난 1952년 탄생한 곰표 브랜드는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주력으로 하다 보니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기회가 적었고 인지도 또한 낮았다. MZ세대에게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다양한 업종 및 브랜드 간의 컬래버레이션을 계기로 단순한 매출 상승을 넘어 곰표 브랜드를 제대로 각인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함으로써 소비문화를 창출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까지 열었다.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위하여

모든 컬래버레이션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과거 H&M과 발망의 컬래버레이션은 빠른 상품 회전을 중시하는 SPA 브랜드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명품 브랜드의 어색한 만남으로, 소비자가 인지하는 두 브랜드 간의 격차가 큰 탓에 실패했다. 화제성과 재미만을 추구하다 탈이 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일부 대형마트에서 서울우유의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한 바디워시를 우유 매대에 진열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자칫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눈에 띄는 디자인을 뽑아내지 못하거나 제품 질에 비해 터무니 없는 가격 등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경우가 있다.

다양한 협업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는 적절한 업종과 브랜드 선정, 정확한 타깃 분석, 그리고 품질을 갖춘 제품 기획 등으로 처음 시장에 진출할 때와 같이 기본으로 돌아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