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하기
스페셜 칼럼

위드코로나 시대의 중소기업 경영전략

글. 이시희 중소기업유통센터 상임이사(前 중소벤처기업부 충남지방청장)

코로나19의 새로운 세상 속에서 많은 기업이 신규전략 수립과 실행에 나서고 있다. 특히 비대면·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등 산업 생태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있는 현시점에 맞는 대응전략 수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현실 세계 즉 위드코로나, 포스트코로나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가지 기업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ESG 경영전략, 탈 세계화, 디지털 전환 등이 좋은 예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는 너무나 멀고 험난한 길이기에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이런 비즈니스 세계의 대변화에 우리 중소기업은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각자의 기업 수준과 단계에 맞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하고 싶다. 이에 당장 시작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만의 방법과 수단을 당장 강구하라.

위드코로나, 포스트코로나의 핵심 소비 키워드는 안전과 신뢰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국내 및 해외 인증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경우 가전·디지털은 KC, 식품은 HACCP, GMP 등 최소한의 안전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인증을 반드시 확보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인증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인력, 비용 측면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정부, 공공기관의 지원 시책을 적절히 활용하여 기업이 필요로하는 이러한 최소한의 기준을 갖춰나가야 한다. 해외인증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하는 해외규격인증 획득지원사업을 활용해 보자. 1998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 사업은 현재 미국, 유럽 등 454개의 해외규격인증획득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인증비, 시험비, 컨설팅비 등 필요경비의 50% 또는 70%를 지원하고 있다.

둘째, 팬데믹(pandemic)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디지털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중소·벤처기업이 디지털 전환으로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비즈니스 기반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

이제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만의 업무가 아닌 비대면으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야 한다. 수출, 판로, 홍보, 교육 등 어느 분야에서나 활용 가능한 비대면 비스니즈 기반구축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인 시대에 직면했음을 반드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획일적인 비대면·디지털화가 아닌 각자 기업 수준별·단계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정부가 지정한 스마트마이스터, 컨설팅 제도 등의 도움을 받아 기업 수준을 진단하는 데서 시작하자. 기업의 특성과 수준 등을 반영한 제조현장의 스마트화, 디지털 역량 및 생산성 향상과 업무효율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도입할 수 있다.

셋째, 기술보호 방안을 완벽하게 마련하여 기술탈취 위험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중소기업 기술보호에 대한 필요성,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강화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중소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요 자산은 바로 기술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도 기술개발이 핵심이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혁신은 기술개발과 연계될 때 그 폭발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어렵게 확보한 기술을 보호하여 기술탈취를 예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K-방역 성공의 주역인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대내외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보호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위해 국내외 특허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술자료임치제도를 적극 활용하라 권하고 싶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 중인 기술자료임치제도는 중소기업의 ‘기술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이나 경영상 중요자료를 신뢰성 있는 제 3의 임치기관에 안전하게 보관함으로써 기술탈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기술보호 통합상담 및 신고센터, 전문가 현장자문, 증거지킴이 등이 있으니 적절한 활용을 권한다.

맺으면서

중소벤처기업부 충남지방청장으로서 현장을 다니면서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기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감내하고 대응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잘 알게됐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더이상 좌절하고 물러설 여지가 없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당장 시작해 보자는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해보았다.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에서는 안전과 신뢰가 바탕이 되는 비즈니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세계는 더이상 물량공세, 저가 가격경쟁력의 논리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기회가 올 때까지 꾸준히 준비하고 기다렸음을 알 수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였지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지난 2년간 꾸준히 준비해 왔고 이젠 그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그간 우리가 묵묵히 제자리에서 인내하며 쌓아온 기술과 신뢰가 빛을 발할 순간이 머지않았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