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을 만난 건설업계의 변화가 무궁무진하다.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쓰고 무거운 짐을 실어나르던 사람들 대신 첨단기술로 무장한 3D 프린팅 기기가 무서운 속도로 집을 쌓아 올리고 있으며, 미리 프린트한 다리를 운하 위로 설치해 사람들의 통행 편의를 돕기도 한다.
이처럼 건설 영역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3D 프린팅 기술 현황을 들여다본다.
지난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길이 약 12m, 폭 약 6m의 운하교 개통이 큰 이슈가 됐다. 이유인즉슨 현지 기술기업인 ‘MX3D’에서 추진한 이 다리가 바로 3D 프린팅 로봇 4대의 도움으로 완성됐기 때문이었다. 로봇의 팔 끝에서 방출된 철강은 층층이 용접하는 과정을 거치며 거대한 작품으로 거듭났다. 요리스 라만 랩(Joris Laarman Lab)이 디자인, 2018년 네덜란드 디자인 위크를 통해 첫 공개된 이 다리는 그동안 다양한 연구와 시험을 거쳤으며, 개통 후 지금까지 다리 곳곳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다리와 통행자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 중이다. 한편,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같은 시기 3D 프린팅 기술로 프린트한 학교가 개교하며 이목을 끌었다. 아프리카 내에 주택, 교육시설 등의 인프라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영위 중인 단체 ‘14TREES’가 주축이 됐다. 이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해 면적 300㎡의 학교 벽체를 단 18시간 만에 완성하는 등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튼튼한 학교를 짓는 데 성공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현재 말라위에 필요한 교실 수는 약 3만6천여 개. 기존의 건설방식으로는 이를 해결하는 데에 약 70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하면 10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분말, 액체, 고체 형태로 존재하던 소재가 ‘3D 프린터’라는 매개체를 거치면 거대한 교량이 되고 건물이 된다. 3D 프린팅 로봇이 미리 입력해둔 디지털 도면을 인식, 이에 맞추어 팔 끝에 장착된 노즐을 통해 다양한 인쇄 물질을 방출 및 적층하는 과정을 거쳐 거대한 하나의 건축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건설기간 역시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장정 서너 명의 몫을 거뜬히 해내는 3D 프린터 덕분에 현장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이다. 건설에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이 줄면서 비용 역시 자연스럽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원 절약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소재를 자르거나 깎는 대신 설계 도면에 맞추어 인쇄하므로 자재 낭비가 줄어들고,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의 소재는 철거 시 녹여서 재사용이 가능해 폐기물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하기에 위험한 일도 문제 없이 척척 해내는 만큼 앞으로 3D 프린터에 대한 건축현장의 러브콜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각국에서는 시범 삼아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건축을 선보여 왔으며,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이제는 건축에 3D 프린팅을 본격 도입·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3D 프린팅으로 주택을 만드는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의 건설회사 ‘아이콘(ICON)’, 독일의 건설회사 ‘페리(PERI)’ 등이 3D 프린팅 주택사업에 매진해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스타트업 ‘마이티빌딩(Mighty Buildings)’은 현재 캘리포니아 지역에 3D 프린팅 주택단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발전방향이 더욱 기대된다. 미국은 세계 상업용 3D 프린터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시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나라인 만큼 건설용 3D 프린터 개발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3D 프린팅 주택의 실현은 단순한 집의 의미 그 이상이다. 최소기간, 최소비용으로 완성돼 주택난뿐 아니라 자연재해 피해자, 노숙자, 난민들의 주거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하는 기술, 3D 프린터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