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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히어로

스마트 브루어리 수제맥주, 또 다른 세상을 열다

군산국가산단에 위치한 ㈜인더케그 강태일 대표

글. 이경희 사진. 이성원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수제맥주를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인더케그’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 비용 절감이라는 말로 인더케그를 설명하기란 부족하다.
첨단 IT 기술의 집합체로 4차 산업시대의 선봉장으로 세상을 움직일 플랫폼 역할을 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강태일 대표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언제나, 어디서나 가장 맛있는 수제맥주를 만들다

㈜인더케그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고급스런 자태를 자아내고 있는 제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주방 인테리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블랙컬러의 냉장고처럼 보이는 이것이 바로 수제맥주는 물론, 콤부차, 와인, 탄산수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인더케그’라는 설명을 듣자 일단 입이 쩍 벌어진다.

㈜인더케그를 이끌고 있는 강태일 대표는 경영학과 2학년 재학 중 무선인터넷 회사, SK계열사, App 개발사 등을 거쳤다. 일식 카레 프렌차이즈 운영까지 오르막과 내리막을 질주하며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을 받던 그가 ㈜인터케그를 설립한 때는 2017년 3월이었다.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형님입니다. 어느 날 회사를 관두고 맥주 관련 사업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시장성은 충분했지만 방향에 수정이 필요해 보였기에 옆에서 지켜만 봤죠.” 결국 B2C(기업과 소비자간 전자거래)로 시작한 형의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곁에서 지켜보니 첨단 IT시대에 수제맥주 만드는 기계가 예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IT기술을 담아 B2C가 아니라 B2B(기업과 기업간 전자거래)로 사업방향을 변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업에 합류, 직원들을 독려하며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한 일은 변하지 않는 절대값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기계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요. 온도가 높으면 맥주는 과발효 하고 온도가 낮으면 발효가 덜 돼 단맛이 납니다. 한 마디로 날씨와 공간의 영향 탓에 맥주맛을 균일하게 만들 수 없는 거죠. 그런 문제들을 센서를 달아 변화를 서버에서 제어하는 방식으로 극복해냈어요. 크기는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가볍게, 철공소를 직접 뛰어다니고 부품 하나까지 고심하며 시제품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땀 흘려 만든 기계에서 나온 맥주 맛이 너무 좋았던 겁니다.” 그러나 ㈜인더케그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주세법상 이유로 스마트 케그가 주류인지 아닌지를 놓고 정부 부처 간에 이견이 일어났던 것.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신속한 주세법 개정으로 인해 강태일 대표는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맥주 위에 혁신을 얹다

(주)인더케그는 출시와 함께 양조업계는 물론, IT 업계·디자인 분야에서까지 주목받았다. 효모가 살아있는 신선한 맥주를 다양하게 제조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AI 기반 수제맥주 제조 시스템이었기 때문. 실시간 기기 제어 및 모니터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맥주 케어 시스템(Beer Care System)’이 장착되어 있어 플랫폼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기업에서는 시간·인력·비용까지 최소화 할 수 있어 그야말로 4차 산업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여기에 CES 2020, 2021 INNOVATION AWARD 2년 연속 수상, Korea Good Design 2020 선정, IF Design Award 2021 2개 부문 수상, 2021년 32주차 IR52 장영실상 수상 등 굵직굵직한 수상경력은 제품의 혁신성과 상품성은 물론 신뢰도와 공신력을 끌어올리는 데 어마어마한 기여를 했다.

당연히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굴지의 글로벌회사로부터 ㈜인더케그를 사겠다는 제의도 숱하게 받았다. 해외투자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던 강 대표가 국내 투자로 급선회를 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한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국내의 대형 식품회사 부회장이 직접 회사까지 찾아와 맥주와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심도 깊게 나누다가 그날 밤늦게 다시 전화를 걸어와 개인 자격으로 ㈜인더케그에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 여기에 지인들까지 투자자로 소개해주면서 강태일 대표는 탄탄한 인적 네크워크를 쌓고 더욱 커다란 날개를 달 수 있었다.

멀티베버리지 플랫폼을 꿈꾸다

수출과 내수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인더케그 강태일 대표는 거시적 시선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군산에 공장을 짓는 것 역시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조언과 오랜 숙고 끝에 거침없이 실행에 옮겼다.

“저희는 처음 경기도 쪽에 공장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하루는 개발담당 책임자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자신의 고향이 영광인데 군산 쪽에 공장을 지어주면 안 되겠느냐 하는 거였어요. 지금 군산산단이 어려운 상황인데 여기 들어가 주세를 내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사회적 책임과 상생의 가치에 일조하게 될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강 대표도 여기에 동의했다. 기업가로서의 사명과 책임감이 더해진 도덕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다. 군산시 산업단지에 들어가는 만큼 군산시의 지원이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전혀 받지 못했던 것. “내려가기 전부터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걸 몰랐어요. 늘 자금이 부족한 사업가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운 일이었죠. 하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과의 인연은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더케크는 지난해부터 한국산업단지공단의 R&BD 촉진 산업재산권 지원을 받아 ‘효모 일체형 케그캡’을 포함한 총 5건의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고 ‘디스펜싱 밸브 어셈블리’를 포함한 총 5종의 PCT 국제출원도 완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R&BD 촉진과제 산업재산권 출원 지원사업에 따라 조선대학교로부터 ‘설계조건에 따른 CFRP 물성 데이터 획득 방법’ 특허를 이전받아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R&D를 통해 혁신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인더케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맥주로 시작했지만 타 주류와 음료군까지 확대·수용하면서 멀티 베버리지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 그리고 실시간으로 서버에 쌓이는 필드와 생산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실패 확률이 희박한 신제품을 만들어 주류와 음료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것이다.

수제맥주로 시작해 그보다 더 큰 세상을 그리고 있는 강태일 대표. 그에게 (주)인더케그는 지금에서 더 나아가 5차 산업시대를 향해 가는 주춧돌이자 도약대임에 틀림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