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둘러보다 보면 ‘#골린이(골프+어린이의 합성어)’, ‘#골스타그램(골프+인스타그램의 합성어)’ 등의 해시태그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사진 속에는 세련된 골프웨어로 한껏 멋을 부린 젊은이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때 ‘부장님의 취미’라고 불리던 골프가 이처럼 ‘핫’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 열풍 뒤에 숨은 이야기를 살펴본다.
그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골프는 나이 지긋한 부유층이 즐기는 호화로운 취미이자, 접대하는 수단으로써 자주 묘사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일고 있는 골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TV를 통해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일부 골프 전문 채널과 유튜브 등에서 다뤄지던 골프 콘텐츠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다. 예능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연예인 패널들이 등장해 골프를 즐기는 모습은 그간 대중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던 골프를 한층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골프의 인기를 체감하듯 2010년대 매년 4~5조 원에 머물렀던 국내 골프장 매출은 지난해 7조 원대로 껑충 뛰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골프 인구는 전년 대비 9.8%(46만 명) 늘어난 515만 명으로 추산됐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할 변화는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의 유입이다. 3년 이하 골프 입문자 중 20~40대의 비율은 65%를 차지했다.
골프의 열풍을 가지고 온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코로나19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리 잡고 실내 활동이 제한되면서, 탁 트인 야외에서 소규모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즐기는 골프가 비교적 안전한 스포츠로 여겨졌다. 더욱이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해외로 골프 여행을 나가는 인구가 국내 골프 시장에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골프협회에 따르면 매년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240만 명에 달한다.
한국만의 독특한 스크린골프 문화도 국내 골프 시장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시간과 비용 등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스크린골프를 통해 부담 없이 골프에 입문한 신규 골퍼들이 자연스럽게 필드로 넘어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골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도 골프 열풍에 한몫을 했다. 최근 젊은 골퍼들이 대거 유입하면서 ‘골프는 올드하다’는 인식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는 ‘욜로(YOLO)’와 부와 재력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유행하면서 SNS를 중심으로 골프의 유행을 선도한 측면이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산업 시장이 역대 최고인 7조66억 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5조5222억 원보다 18.3%가 증가한 수치다. 이는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의 이용료와 카트 대여료, 식음료 매출, 캐디피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이다.
이처럼 골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레 골프 관련 소비가 늘어나면서 골프 의류, 용품, 레슨, 카드사 등 골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산업에서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특히,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류나 용품 등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MZ세대의 특징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편으론 국내 골프 산업에 마냥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특수 효과를 누리는 측면이 큰 만큼, 앞으로 코로나19가 끝나고 해외 골프 여행이 재개되면 국내 골프의 인기도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어쩌면 지금 골프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는 길목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