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큰 불편한 점은 ‘계산대 앞의 긴 줄’이었다.
상품 품절, 찾기의 어려움, 도움을 청할 직원의 부재, 상품 정보 부족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반면 온라인·모바일상에는 이런 불편이 없다. 계산대에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상품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궁금한 점이 있으면 새벽이라도 온라인 챗봇에게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산 것을 오프라인에서 픽업하거나, 오프라인에서 착용해보고그 자리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것이 집으로 배달되면 어떨까? 이처럼 온·오프라인의 쇼핑경험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 ‘피지털(Physital, Physical+Digital)’이다.
피지털을 구현한 대표적 사례가 무인매장과 스마트카트다. 특히 무인매장의 경우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규모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본인인증을 하고 들어가서 쇼핑을 한 뒤 그냥 걸어 나오면 몇 분 후에 영수증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의 첨단 기술로 매장에 달려있는 수많은 카메라가 개개인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잡아 어떤 상품을 들고 나갔는지 영상을 데이터화하여 추적할 수 있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덕분에 2018년 1월 소개된 이후 꾸준히 매장 수가 늘고 있다. 2020년 2월, 아마존은 신선식품까지 취급하는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그로서리(Amazon Go Grocery)’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이마트24, 더현대서울의 언커먼 스토어(Uncommon Store) 등의 무인매장들이 비슷한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2020년 7월에 선보인 아마존의 자체 슈퍼마켓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에는 아마존 대시 카트(Amazon Dash Cart)라는 스마트 쇼핑 카트를 도입했다. 무인매장을 쇼핑 카트 규모로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카트에 달린 카메라는 카트에 담기는 상품을 인식하고 부착된 소형 스크린으로 결제까지 가능하다. 스마트카트는 무인매장 투자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결제가 되면 계산대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매장을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인매장을 오픈하기 어려운 상황의 매장도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무인매장 외에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가 보피스(BOPIS: Buy Online Pick up in Store)다. 보피스란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한다는 의미의 ‘픽업’과 ‘교환 및 환불’의 불편함을 온라인 콘셉트로 편리하게 개선한 서비스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집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퇴근길에 픽업할 수 있고, 매장 내에서 온라인 오더를 진행하고 바로 픽업할 수도 있다. 온라인 주문처럼 며칠씩 기다리지 않아도 편리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보피스는 매년 약 40%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신세계 SSG닷컴의 매직 픽업 서비스, 교보문고의 바로드림(모바일로 온라인상의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하고 매장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가 가장 잘 알려진 보피스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이용하면 앱을 이용해 매장 방문 전에 미리 원하는 음료를 주문하고 매장에서 바로 픽업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약 1,380개 매장에 도입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실 사이렌 오더는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론칭해 미국으로 역 도입된 서비스다. 2019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앱 1위가 스타벅스 앱이었는데, 2천만 명이 넘는 미국 소비자가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피지털이 더욱 광범위하게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우리는 이미 언택트 문화에 익숙해졌다. 타인이나 리테일러와의 접촉을 선택적으로 단절하고 싶어하는 세대가 주류가 되었고,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둘째, 오프라인 위기 외에도 데이터 축적과 서비스 개인화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거친다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 고객 행동 데이터가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축적되는 데이터는 고객의 행동을 이해하고 보다 더 정교하게 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경쟁이 심화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다(Data is the New Oil)’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고객 관련 데이터가 중요해졌다. 따라서 데이터 축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오프라인 환경에 온라인·모바일을 융합해 고객을 전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온라인 기반의 아마존이 아마존 고와 아마존 프레시 등을 론칭한 데이어, 이제는 백화점도 열겠다는 최근의 뉴스와 맥락을 같이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느 한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피지털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기술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전환 비용을 높여 해당 매장·브랜드에 남아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피지털 구현을 위해 무인매장처럼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사이렌 오더 처럼 다른 업체들은 시도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통해 오프라인 경험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서비스·상품·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기술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리테일러들은 각자 기업의 상황과 강점, 맨파워를 고려해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즉, 가장 최신 기술이라고 무턱대고 도입할 게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축적해서 어떻게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핵심은 고객의 불편 해소를 위해 기술을 이용,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을 세심하게 디자인해 고객들에게 매장에 방문할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