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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자격

금속가공에 디자인을 더해 경쟁자 없는 신산업 영역을 개척하다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인페쏘

글. 김혜민 사진. 전문식

㈜인페쏘는 제조업이 밀집한 남동국가산업단지에서 독특한 행보로 눈길을 끄는 기업이다.
전문분야는 금속가공. 얼핏 전통적인 제조업이 연상되는 듯하지만 기존의 사업 방향을 수정해 건축, 조형 디자인에 특화한 금속가공에 집중하면서 경쟁자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디자인을 녹여낸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인페쏘의 유봉열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페쏘

  • 대표자명
    유봉열
  • 주요사업
    금속조형물,금속가구,스틸모듈러하우스
  • 임직원 수
    50명
  • 연혁
    2019
    • 뿌리기업 선정(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2018
    • 가족친화 우수기업 선정(여성가족부)
    • 건축용 조립식 패널 디자인 등록(특허청)
    2016
    •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 수상(인천광역시)
    • 창조기업 선정(IBK 기업은행)
    2012
    •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수상
    • ISO9001 인증
    2006
    • 벤처기업 선정(기술보증기금)
    • 경영혁신중소기업 선정(인천지방중소기업청)
    • 기술혁신용 중소기업 선정(이노비즈 기업)

Q 일반적인 제조기업과 달리 사옥건축에 무척 신경을 쓰신 듯합니다. 회사의 전문분야를 건축에 녹여낸 점이 인상 깊어요.

레이저 가공기로 금속을 디자인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전문분야입니다. 금속을 자르거나 밴딩기로 금속을 접고 용접하는 등 각 목적에 맞게 가공하는거죠. 제조기업이지만 늘 디자인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옥건축에는 이 같은 회사의 정체성과 신념을 녹여내고자 수천 개의 쇠파이프를 가공하여 외관 디자인의 중심요소로 활용했습니다. 2016년에는 인천시가 선정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지요.

(주)인페쏘를 운영 중인 유봉열 대표
2016년 인천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를 수상한 (주)인페쏘의 사옥

Q 레이저 가공기로 금속 파이프를 자르는 시장을 국내 최초로 개척하셨습니다. 어떤 분야의 처음이 된다는 건 큰 도전일 텐데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국내에서는 레이저 가공기로 금속 파이프를 가공한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수요도 없을 수밖에요. 어렵게 기계를 수입해와서 사용하려고 보니 이 기계가 필요할 고객사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초반 3년 정도는 일감을 찾고 기술을 홍보할 목적으로 열심히 건설사무소를 찾아다니며 영업했습니다. 다행히 3년쯤 지나고서부터는 기술을 알아보고 찾아주는 곳들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지금은 따로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제작했던 제품을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 그럴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Q 현재 공장에는 어떤 기기들이 갖추어져 있나요?

㈜인페쏘에서 보유한 다양한 레이저 가공기

1985년 회사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업력이 38년쯤 됩니다. 그동안 건축 외관, 가구, 산업기계 등 다양한 목적에 맞는 금속가공을 위해 3차원 레이저 가공기(복잡한 3차원 형상의 제품을 절단 및 용접), 파이프 레이저 가공기(원형 및 사각, 타원형 파이프 등의 복잡한 형태 가공), 평판 레이저 가공기(광범위한 두께 및 소재의 평판 가공) 등의 레이저 가공 시스템, 금속을 접을수 있는 밴딩기 등을 하나씩 갖추어 왔죠. 아무리 복잡한 형상이라도 처음 목표한 대로 매끈하게 절단하고 접을 수 있는 것이 특장점입니다.

Q 사업 초기, TV나 오디오 거치대 등을 위주로 제작·납품하시다가 지금처럼 건축에 필요한 금속자재를 가공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금속을 재료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금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레이저 가공기로 금속을 가공하는 일을 하죠. 금형 없이요. 장단점이 있습니다. 레이저 가공기를 사용하면 형태 측면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고, 초기 개발비도 적게 듭니다. 하지만 대량생산에는 부적합하죠. 대량으로 만들려면 금형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가구나 기계를 만드는 것 대신 지금처럼 구조물, 집을 짓거나 하는 쪽의 일로 방향을 튼 거죠. 지금은 일의 비중이 그쪽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Q 그동안 어떤 건축, 조형 프로젝트에 참여해오셨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대전 ‘갤러리아백화점’ 외부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건물 외벽이 금속으로 되어 있는데, 5,700여 개에 달하는 꽃 모양 모듈이 엮여 있습니다.
저희가 직접 포스코 포스맥 소재를 사용해 꽃잎 모양으로 제작했는데 내부에 전기가 연결되어 있어 색상이 계속 바뀝니다. 건축이자 동시에 예술 작품이죠. 또한, 대전의 공원 쉼터에 ‘솔라파인’이라는 IoT 기반 스마트 조형물 3대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솔방울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조형 내부에는 온열 전기장치,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무선충전할 수 있죠. 상부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위해 기초작업을 튼튼히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태양열을 받아서 전기를 축적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형물입니다. 서울(상암동), 인천(청라국제도시) 등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외에도 금속 모듈하우스, ESS 컨테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건축, 조형 프로젝트에 참여 중입니다.

대전 갤러리아백화점
대전 솔라파인(쉼터)
서울 디올 콘셉트스토어

Q 최근 몇 년간 건축 외벽의 주 재료로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하는 경우가 급증했습니다. 회사의 일감도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요?

건축 소재라고 하면 보통은 콘크리트나 유리를 많이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좋아지면서 금속재료를 찾는 경우가 많이 늘었습니다. 저희의 주 거래처 중 한 곳인 ㈜포스코에서 송도에 짓고 있는 아파트도 건축 외벽에 금속을 많이 사용하고 있죠.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가드레일, 계단, 가로등 등 공공시설물 분야가 특히 그렇고요. 이 때문에 요즘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연락이 많이 옵니다. 게다가 최근엔 ESG 경영이 이슈잖아요. 금속은 아주 친환경적인 소재거든요. 플라스틱은 쓰고 나면 버려야 하지만, 금속은 녹여서 다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국내에서도 금속재료를 사용하는 건축 시장이 막 시작되는 분위기라 앞으로 저와 직원들이 할일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Q 회사에 고도로 숙련된 장기근속자가 많고 이직률도 낮은 편이에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특별한 비결이랄 건 없습니다만, 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해서 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발생한 이윤에 대해서는 성과급도 부지런히 지급하고 있고요. 함께 일해서 성과를 내고, 그 성과에 대해 공정하게 배분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평균 임금이 비슷한 업종에 대비해 높은 편입니다. 복지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임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원들이 우리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항상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보상받을 수 있으니까 애사심이 깊어지는 게 아닐까 싶네요. 우리 회사에서는 10년 차 정도는 되어야 신입사원을 면할 수 있습니다(웃음).

금속가공 공정에 대해 직원들과 이야기 중인 유봉열 대표

Q 그동안 회사를 운영하시며 가장 뜻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특별한 순간보다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프로젝트를 의뢰받는 순간부터 건축 설계를 보며 금속을 어떻게 가공하면 좋을지 고민합니다. 설계 의도에 부합하는 건축이 나오려면 저희가 납품하는 금속원자재가 건축디자인에 맞는 방식으로 가공되어야 하니까요. 회사를 찾아오는 분 대부분이 특이한 디자인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공을 많이 들이게 되죠. 완성되었을 때의 보람도 그만큼 큽니다. 부가가치도 높고요. 최근에 서울 성수동에 디올 매장을 짓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콘크리트나 벽돌이 아닌 금속으로 건축을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사옥을 멋지게 지어준 건축회사와의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설계 디자인을 받고 바로 저를 떠올렸다고 하더군요. 이런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회사는 여기뿐일 거라고요. 저희가 있어서 마음 놓고 일을 수주했다는 이야기도 했죠. 당연히 가격 협상도 없었습니다. 그쪽에서 제시한 건 납기와 품질 뿐이었어요. 힘은 많이 들었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특별히 무얼 계획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며 사업영역을 넓혀온 듯싶습니다. 수익이 나는 만큼 기기나 직원들에 대한 투자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생각하는 원칙을 절대 잃지 않으려 노력도 했고요. 디자인, 정직 그리고 고객. 이 세 가지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면서 건축에 금속이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가공 기술을 높여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