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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에너지 자립의 주력으로 부각되어야

글. 안희민 (『재생에너지와의 공존』 저자, 기후변화정책학 박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자립에 대한 요구가 1970년대 석유파동 수준으로 급증했다.
러시아가 글로벌 오일 수출 2위, 천연가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탓이다. 현재는 현실적인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의 에너지 제재가 잠정 보류 중이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러시아산 에너지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어서 상황이 더욱 다급하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자립의 유력한 대안으로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기준, 오일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며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도 비수기인 봄철임에도 불구하고 MMbtu당 7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2021년 발전량(한국) 기준 34.3%에 달하는 석탄발전의 연료이자 철강, 시멘트의 부재료가 되는 석탄 가격도 톤당 330달러에 달한다.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원가상승의 요인이 된다. 산업단지에 에너지 자립이 꼭 필요한 이유다.

현재 산업단지는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EU는 당장 탄소국경조정제도1를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확정지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수입제품의 탄소배출량을 EU 기준에 맞추어, 전 세계적으로 배출되는 탄소 총량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있다. 매개는 탄소배출권이다.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EU에 수출할 때 제품 가격뿐만 아니라 한국과 EU의 탄소배출권 가격 차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차이가 나는 만큼 물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4월 22일 기준,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한화로 톤당 11만 5천 원 선이고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 1천 원(KAU22 기준)이니 그 차액을 보전하면 EU에서 한국 기업의 제품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처럼 자연의 무한한 에너지를 이용하여 연료비가 들지 않고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이 산업단지에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윤석열 정부도 원자력과 함께 재생에너지 보급을 병행할 방침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계획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려면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명시해야 하는데, 본격적인 논의는 오는 7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7.5%, 발전량은 43TWh로 2030년까지 비중 20%, 발전량 122.3TWh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성장률(CAGR)이 11%는 되어야 한다. 이는 에너지 비중을 3%(27.4%, 158TWh → 35%, 214.5TWh) 더 높여야 하는 원전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현행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량이 늘어날수록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공급의무자의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도 늘어나는 구조(산업부 고시 제2022-68호, 별표1)이기 때문에 현행 고시가 유지된다고만 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원자력발전, 석탄발전 모두 사용하기 쉽지 않은 발전원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주민 수용성의 문제가 있고, 연료전지 발전은 태양광, 풍력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이용해야 비로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원자력수소를 연료전지가 이용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반론할 수 있지만, 원자력발전의 경우 확대를 위해선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하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고준위 방폐장 건설 역시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실사용까지 37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고 설치되는 장소(지하)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 축적이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또 현재 원자력발전의 발전단가에 사고대책 비용(약 1조원 규모)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시 발생한 후쿠시마 사태가 보여준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피해액과 비교할 때 현실적이지 못해 논란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이 다시금 부각될 경우 원자력발전에 대한 위상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수소도 다른 에너지원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다. 수소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 캐리어(Energy Carrier, 운송수단)인데 그린수소의 경우 가격이 비싸고(태양광발전 12억 원/MW, 풍력 54억 원/MW, 수전해장치 70억 원/MW, 2021년 기준), LNG를 개질하여 생산하는 그레이수소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방출한다. 원자력수소의 경우 그린수소와 그레이수소보다 단가가 값싸다는 주장이 있지만 고준위 방폐장 처리비용이나 원전폐로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수소의 경우 별도의 저장용기와 충전시설이 필요하고 이 또한 역시 고가다. 그래서 한 국회의원은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실현에 있어 그레이수소와 이를 적용한 연료전지를 도입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레이수소를 이용해선 EU 및 미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라는 무역장벽을 뛰어넘기 힘들다.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고, 당장 철강 산업 등 소수분야에 집중되며 현재 3기에 접어든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중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시간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편이 아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이고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냐가 관건이다. 산업단지가 고려해야 할 가치는 비단 경제성에만 있지 않다. 환경성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후손들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도 느껴야 한다. 이제껏 경제성장을 통해 희생시켰던 가치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재생에너지의 효용과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면서도 청정성과 경제성도 달성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한평생은 짧지만 그가 한 선택은 자손을 통해 영속적인 생명력을 가진다. 앞으로 산업단지가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할지 먼 미래를 내보다는 지혜와 슬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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