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하기
기술이 만든 미래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 에너지원, 수소에너지

글. 김지나 참고. 2050 수소에너지(백문석 외 저, 라온북)

기후 변화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수립되면서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현재의 주 연료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집중 조명되면서 그 단점인 간헐성을 보완할 수단으로 수소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영향을 받아 일정한 발전 출력을 유지하기 어렵기에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전력이 여유가 있을 때, 이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Power to Gas, P2G) 이 수소를 자동차, 발전, 제철 등에 이용하는 방법이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다.

수소에너지와 기술

자연 상태에서 수소는 대부분 다른 원소들과 결합해 화합물로 존재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수소 화합물은 물(H²O)이다.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이며 대기압에서 일반적으로 기체 상태로 존재하고 맛과 색, 냄새가 없다. 그러나 온도가 -253℃ 이하로 내려가면 액화돼 액체 상태로 변한다. 연소하면 물을 만들고 공해 물질을 내뿜지 않아, 미래의 무공해 에너지로 생각되어 왔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수소 생산 방법으로 각광받는 것이 ‘수전해(Electrolysis)’이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므로 매우 환경친화적이다. 그러나 전기 분해에 공급되는 전기가 화석연료를 사용해 발전된 전기라면 완전한 친환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공급한다면 전체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지만, 아직은 생산 비용이 높아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최근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들의 투자로 국내의 수소 생산 기술도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핵심 원천 기술 확보와 상용화 실증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과는 격차가 있다.

해외 탄소중립 및 수소에너지 현황

2019년 12월, EU는 유럽 그린딜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 대륙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세계 주요국들은 앞다투어 탄소중립 선언과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EU를 제외한 12개국은 탄소 넷제로(Carbon Net-zero) 달성을 위한 법제화를 완료했다.

앞서 2017년 1월 17일, 다보스 포럼에서 수소를 청정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을 가속화하고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수소위원회가 구성됐다. 2017년 수소위원회는 수소에너지 수요가 2015년 8EJ(1EJ는 석유 약 1.7억 배럴의 에너지량으로 전력량 278TWh)에서 2050년 78EJ(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로 증가하고 수소산업은 2050년 연간 2.5조 달러의 부가가치와 누적 3,0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소를 통해 2050년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의 20% 연간 60억 톤을 감축할 것으로 전망하며, 탄소중립과 수소경제를 필연적 관계로 보았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큰 축은 에너지 혁신이며, 그 중심에는 수소가 있다.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선언 이후 수소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는 이유다. 2020년 말 기준 42개국 이상이 수소 정책을 발표했으며, 공통적인 최종 목표는 그린수소 기술의 혁신을 통해 탄화수소자원 기반의 기존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처럼 수소경제 역시 각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패러다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1년 7월, 수소위원회는 전 세계에서 359개의 수소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불과 5개월 전 발표된 보고서에 비해 131개의 신규 프로젝트가 추가된 것이다. 투자 금액은 2030년까지 5,000억 달러 규모이며, 이 가운데 최종 투자 결정 단계에 이른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1,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1,100만 톤의 수소가 생산될 계획이다.

주요국 수소경제 정책 예시

미국 폐휴지로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시설 건설 중
EU 2030년 수전해 설비 투자 420억 유로, 수소의 운송·저장·충전에 650억 유로 투자
영국 2030년까지 40억 파운드를 투자하며, 그린수소 및 블루수소 개발 포괄적 지원
프랑스 수소 활용 청정수송기술 개발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600만 톤 감축
일본 해외 수소차 80만 대, 수소 버스 1,200대, 수소충전소 900개 보급

수소경제와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는 2021년 8월 31일,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하는 넷제로 법제화를 완료했다. 이를 근거로 2021년 10월 18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억 3,550만 톤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인 7억 2,760만 톤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2020년 12월 설정했던 기존 감축 목표인 26.3%를 불과 1년도 채 안 돼 대폭 상향한 것이다.

수소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성, 즉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장점은 에너지 안보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공급의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데, 동해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소량의 천연가스와 국내 탄광에서 생산하는 무연탄을 제외한 98% 이상의 화석연료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러한 상황은 대외적인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소도 생산 방식에 따라 어느 정도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지만 화석연료처럼 대부분을 수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장점은 기존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2019년에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가격은 kg당 3,000원 수준으로 2040년까지 연간 526만 톤 규모로 수소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에 차질 없이 수소경제 구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다. 수소법은 수소경제 이행 추진체계에서부터 안전관리까지 한국에서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제반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법령이다.

수소경제는 우리의 이동 수단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수소를 만들어내기 위한 새로운 플랜트가 건설될 것이며,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 이용 및 저장 시설들과도 연계한 생산 설비가 갖춰질 것이다. 또한 생산한 수소를 전국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운송 인프라도 구축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수소경제가 2040년 연간 43조 원의 부가가치와 42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과 민간 및 공공 부문의 연구개발 활동, 생산에서부터 수송, 운송, 이용에 이르는 각 부문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유지해나간다면, 자원 빈국인 한국이 '에너지 및 에너지 서비스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