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하기
소통의 기술

사람의 마음을 여는 ‘듣기’의 기술

글. 구보은 참고. 말 그릇(김윤나 저, 카시오페아)

사람들은 ‘듣기’를 오해한다.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능력이라고 여기거나 무작정 듣고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 듣는다는 것은 말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다스리는 동시에, 상대방의 말 속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도 읽어내는 것을 뜻한다. 듣기 실력이 있다면 말을 많이 하지 않고도 상대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듣기의 기술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당신의 듣기 유형은?

사 례 어느 날 회사 후배가 불평을 쏟아냈다. “선배님,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저희가 기계도 아니고 매일 같이 야근에, 얼마 전에는 새벽 작업까지 했습니다. 회사 사정은 이해하지만, 너무 당연하게 야근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저희를 무시하면 그러겠습니까.”

당신이 선배라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이럴 때 보이는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나도야’ 유형이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죽겠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어쩔 수 없지”라고 대꾸하는 식이다. 이렇게 반응하면 후배는 더 이상 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두 번째는 ‘미안해’ 유형이다. 후배의 하소연을 마치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받아들여 “미안하다. 내가 막아주지 못해서”라고 말한다. 후배는 “아니,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면서 입을 닫고 말 것이다. 세 번째는 ‘해결사’ 유형이다. “그럼 이번 주 하루 휴가써”라고 임시방편을 찾거나 “한 명 더 붙여줄게. 그럼 좀 낫지 않겠어?”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얼핏 보면 대화가 잘 이뤄진 것 같지만, 이처럼 문제해결로만 접근하면 더 깊은 대화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상대방이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 대화 초기에 꺼낸 말은 종종 빙산의 일각과 같다. 그런 말들 다음엔 아직 표현하지 않은 더 강한 감정이나 분명한 의견이 따라 나올 수 있다. 문제해결이 필요한 상황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다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고, 때로는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 깊은 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진심을 이끌어주는 듣기의 기술, 3F(Fact·Feeling·Focus)를 통해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정리하며 들어라

사람들은 대체로 조리 있게 말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건너뛰기도 하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는 기술이다. 이것이 바로 ‘사실 듣기(Fact)’다. 상대방이 들려주었던 장황한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여 다시 들려주는 기술이다.

앞에서 살펴본 후배 앞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계속되는 야근이나 새벽 작업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말이지?” 이때는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이기보다는 상대가 말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좋다.

사실 듣기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상대방은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구나’ 하고 안심할 뿐 아니라, 대화가 맥락을 벗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사실 듣기는 특히 비즈니스 대화에 유용하다. 회의 시간이나 미팅 때 사용하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줄어든다.

‘사실 듣기’의 다양한 표현

그러니까 ~란 말이지?
잠시만,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아?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며 들어라

‘감정 듣기(Feeling)’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여 말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상대가 보여주는 눈빛, 표정, 목소리, 자세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감정을 읽어내고 이에 적절하게 반응하면 숨겨진 감정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계속되는 야근과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불평하는 후배에게는 이렇게 말해줄 수 있다. “그동안 많이 지치고 서운했겠어.” 그 속에 숨어 있는 서운한 마음을 알아본 후 이렇게 반응한다면 어떨까. 후배는 아마 상대가 읽어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면서 위안을 받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슬퍼도 화를 내거나 당황스러워도 언성을 높이는 등 감정과 다르게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휘몰아치던 감정도 누군가가 제대로 알아봐 준다면 비로소 해소되고 그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사람대 사람으로 연결되고 싶다면 감정 듣기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감정 듣기’의 다양한 표현

당황스러웠지. 정말 놀랐겠다
속상했지. 마음이 힘들었겠어.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며 들어라

말하는 사람이 직접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사실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속마음이나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며 듣는 기술을 ‘핵심 듣기(Focus)’라고 한다. 후배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던 것일까. 그는 회사나 조직에 무엇을 원했고, 또 무엇이 잘되지 않아서 저렇게 속상해하는 것일까. 후배의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읽은 선배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존중받고 싶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후배의 숨겨진 감정을 읽고 그의 핵심 메시지를 발견해 말해준다면 후배는 더 이상 불만을 늘어놓기보다는 ‘잘해보고 싶었던’ 본래의 좋은 의도로 돌아갈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무조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감정을 막는 게 아니라 새롭게 길을 내줘야 한다. 그 작업이 바로 핵심 듣기다. 상대방의 핵심 메시지를 찾아서 적절한 반응을 해주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말이 멈춘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긍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고 싶고 또 잘하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마음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도록 서로의 말을 듣고 알아봐 주는 일일 것이다.

‘핵심 듣기’의 다양한 표현

준비할 게 많구나. 그렇지만 너는 그 어려운 과정을 다 잘 해내고 싶은 거지?
힘들겠다. 그래도 고생한 만큼 결과가 좋으면 정말 뿌듯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