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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만든 미래

미래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모빌리티(Mobility)’ 혁명

글. 서희동 참고. 스마트 모빌리티 지금 올라타라(모빌리티 강국 보고서 팀 저, 매일경제신문사)

상상력과 기술력이 상호작용하며 교통수단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해 운행하기 시작한 자율자동차와 도심 간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줄 하늘길 운행자 도심항공교통(UAM)까지 본격적으로 우리의 일상으로 진출할 준비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그 장면을 현실로 구현해 줄 모빌리티 기술은 지금 어디까지 와있을까?

자율주행차, 완전 자동화(level 5)에 도달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

미래 모빌리티 중 가장 인지도와 체감도가 높은 것은 역시 자율주행차다. 지난 8월, 중국 바이두(Baidu)는 우한, 충칭 등에서 운전자가 타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 운행 허가를 취득했다. 자율주행 기술 단계 중 Level 4에 해당한다. 미국은 더 빠르다. GM의 자회사 크루즈(Cruise)는 지난 6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 30대를 운행 중이다. 운전자를 탑승자의 개념으로 변화시키는 자율주행 기술은 단순히 편리한 것을 넘어 운전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을 아껴준다. 인텔(Intel)은 2045년이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50개 도시의 시민이 자율주행차로 2억 5,000만 시간을 절약할 것으로 예측한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현대자동차가 함께 혼잡구간인 서울 강남에서 자율주행 Level 4 기술 실증에 들어간 상황으로, 하반기 중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4대의 차량을 운행할 예정이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아직 주행 데이터 축적과 기술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역전의 기회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에서 2022년 5월까지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한 12개 자동차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392건이고 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식 센서의 감지 능력 향상을 비롯해 정보 처리 속도, 지능형 교통체계 및 커넥티드 기술력의 고도화 등 분야별 과제를 먼저 해결하는 나라가 자율주행 기술의 마지막 단계에 첫발을 딛게 될 것이란 뜻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6단계

단계 내용 수행주체
주행 제어 변수 감지 차량 운행
LeveO
비자동화
운전자가 모든 것을 통제 인간 인간 인간
Leve1
운전자 지원
운전자가 직접 운전,
시스템 부분적 개입
인간·시스템 인간 인간
Leve2
부분 자동화
특정 상황에서 보조주행,
운전자 즉시 개입
시스템 인간 인간
Leve3
조건부 자동화
제한된 조건에서 자율주행,
운전자는 시스템 요청 시에만 개입
시스템 시스템 인간
Leve4
고도 자동화
특정 구간 완전자율주행,
운전자 개입 불필요
시스템 시스템 시스템
LeveO
완전 자동화
자동차가 모든 운전,
운전자 불필요
시스템 시스템 시스템

도심항공교통(UAM), 텅 빈 하늘에 새로운 길을 열다

대도시의 교통 체증은 일상이다. 인구 과밀화로 지상에서의 이동 속도는 점점 더 느려지고 있다. 하지만 하늘에는 여전히 많은 공간이 비어있다. 모빌리티는 2차원의 지상 도로를 벗어나 3차원의 넓은 공간으로 향한다. 헬리콥터가 발전한 드론은 이미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왔다. 소형 드론에서 나아가 사람이 탑승하는 플라잉카도 등장했다. 도심항공교통을 뜻하는 UAM(Urban Air Mobility)이라는 용어는 아직 대중에게 낯설지만 그리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UAM의 기체는 크게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Landing)과 100m 정도의 짧은 활주로만 있어도 이·착륙을 할 수 있는 eSTOL(electric Short Take-Off Landing) 등으로 개발 중이다. 전자는 헬리콥터, 후자는 비행기의 특성과 비슷하지만, 모두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모터를 사용해 소음과 공해 물질 배출량이 훨씬 덜하다. 둘의 특성에 따라 용도는 확연히 구분된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eVTOL은 복잡한 도심 내에서의 효용성이 훨씬 높고, 이·착륙 시 에너지 소모가 적은 eSTOL은 운항 거리가 길어 도시와 가까운 소규모 공항을 연결하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기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차로 73분 걸리는 김포국제공항에서 잠실까지의 구간을 UAM은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운전에 빼앗긴 시간을 찾아준다면, UAM은 이동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게다가 UAM의 상용화는 자율주행차의 Level 5 기술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오래된 도로까지 달려야 하는 자율주행차가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늘에서는 장애물이 훨씬 적은 것은 물론, 3차원 공간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더욱 다양하고 유연할 수 있다.

포르쉐 컨설팅(Porsche Consulting)은 2030년 여객용 PAV(Personal Air Vehicle) 2,000대가 도심 상공을 날아다닐 것으로 전망했고, 2035년 최대 4만 3,000대를 예측했다. 이용객 수가 가장 많을 것으로 꼽히는 나라는 서울과 도쿄, 뉴욕 등이다. 드론 택시를 개발 중인 독일 기업 볼로콥터(Volicopter)는 2020년 말, 싱가포르에서 3년 이내에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버(Uber)는 2023년에 미국과 호주에서 UAM의 상업적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UAM의 기체는 2021년 기준 500여 개 이상의 모델이 개발 또는 계획되었고, 충전·정비를 비롯해 지상 이동 수단과의 환승까지 가능한 착륙장이 구상되고 있다. 물론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낮은 고도로 도심 위를 날아야 하는 UAM은 소음과 공해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며, 자율비행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 혁신은 기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디지털 물류, 모빌리티 서비스 4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운영 중이다. 2022년 안에 Level 3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25년 UAM 상용화와 2027년 Level 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UAM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 사업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UAM법 제정도 서두르고 있다. 한화시스템, SK텔레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대거 모인 민관 협의체 ‘UAM 팀 코리아’는 UAM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각자의 핵심 역량을 모으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가 상용화되면 기존의 물류업이나 운수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는 점점 위태로워질 수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일자리가 등장해 새로운 직업군이 대거 추가될 것이다.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계에서는 개발자, AI 전문가 등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에 필요한 인재 영입을 이미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내연기관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 커리큘럼에 변화가 없다면 미래 인력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기계 공학을 비롯해 데이터와 AI, 배터리, 반도체 등 통합적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옛말이 있다.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최첨단 기술력 개발과 이를 실현할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새로운 세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