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식당에서 대기하는 짧은 순간, 숏폼 콘텐츠는 이처럼 일상의 작은 틈새를 파고들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단순한 열풍을 넘어 이제는 문화콘텐츠 시장의 흐름까지 바꿔놓은 숏폼 콘텐츠, 그 시작과 인기 요인을 살펴본다.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란 짧게는 초 단위에서 길게는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그 시작은 ‘틱톡(TikTok)’이었다. 지난 2017년 틱톡이 동영상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가지고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저런 영상을 대체 누가 만들고 보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틱톡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더니, 일부 국가에서는 동영상 플랫폼의 절대 강자인 유튜브를 앞서기도 했다.
국내에서 틱톡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지난 2020년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관련 콘텐츠가 유행하면서부터다. ‘아무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48초 분량의 짧은 영상은 무려 8억 뷰를 돌파했고 여기저기서 패러디가 쏟아졌다. 이처럼 틱톡의 엄청난 성공은 문화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바꾸었다. 틱톡에 대적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유튜브·넷플릭스·네이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플랫폼들이 연이어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거대 IT 기업들이 이처럼 숏폼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틱톡의 전체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51%가 MZ세대이며, 메조미디어의 자료에 따르면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짧은 길이의 영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숏폼 콘텐츠의 중심에 MZ세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특히 MZ세대는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제작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숏폼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알리기를 즐기며 이것을 재밌는 놀이로 인식한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현실 세계에서의 상호작용이 거의 단절되면서,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는 숏폼 플랫폼은 중요한 사회적 동기로도 작용했다. 또한, 여러 가치 중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에게 숏폼 콘텐츠의 짧은 러닝타임은 매우 매력적이다. 숏폼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최대한 많이,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숏폼 콘텐츠의 성장 배경에는 글자에서 사진, 그리고 영상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소비 형태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 형태가 달라진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상황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지 살펴보면 된다.
텔레비전이 각 가정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던 시절 사람들은 주로 집에서 영상을 시청했다. 이후 컴퓨터와 노트북의 상용화로 집 밖에서도 시청할 수 있었고, 스마트폰이 등장함에 따라 손에 들고 이동하면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이동하면서 본다는 것은 영상에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긴 분량의 영상 콘텐츠보다는 압축된 메시지, 짧고 간결한 영상을 선호하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숏폼 콘텐츠는 이동하며 콘텐츠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짧다는 것은 분명 숏폼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이점이다. 그러나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가 꼭 길이 때문만은 아니다. 숏폼콘텐츠는 다른 콘텐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언제 어디서든 시청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융통성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어서 급변하는 사회적 이슈를 쉽게 따라갈 수 있고, 이는 소통을 유연하게 만든다.
숏폼 콘텐츠는 어느덧 스낵 컬쳐(snack culture)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스낵 컬쳐란 스낵을 먹는 짧은 시간에 가볍게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를 뜻한다. 스낵 같은 숏폼 콘텐츠는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정신적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 조사에서 기분전환과 휴식을 위해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83%가 앞으로도 지금보다 많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야흐로 한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숏폼 콘텐츠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