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새로운 흐름이 엿보인다. 햄버거, 치킨너겟 등에 육류 대신 대체육을 넣은 제품이 앞 다퉈 출시된 것. 대체육을 포괄하는 대체 단백질 산업은 건강, 친환경, 동물복지 등의 원칙은 지키면서도 고기의 맛과 향,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인류의 밥상을 변화시킬 대체 단백질을 살펴본다.
최근 국내외 식품업계의 화두는 단연 대체육이다. 콩, 밀 등의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육류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구현하는 대체육 제품은 이미 여러 패스트푸드 브랜드에서 햄버거, 치킨너겟 등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친숙해진 상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더욱 가팔라진 채식 지향 트렌드는 대체육 활성화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됐다. 게다가 제조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어 코로나19로 대형 육류 가공공장들의 조업이 중단되었을 당시 직접적인 반사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대체육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2040년경이면 대체육이 전 세계 육류시장의 60% 규모로 성장, 기존 육류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대체육이었지만 현재 대체 단백질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군은 무궁무진하다. 참치, 장어 등의 해산물을 비롯해 달걀, 우유, 치즈 등의 유제품까지 이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꾸준한 R&D 투자확대로 식품기술에 혁신이 이어진 결과다. 대체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각자 독자적인 생산방식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이를테면 대체육 대표주자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 외에도 코코아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사용해 마블링을 구현하며, 육즙은 비트 주스로 낸다. 지난 2016년 식물성 달걀을 출시, 1억 개 이상을 판매한 기업 ‘잇 저스트(Eat Just)’는 녹두 단백질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녹두 단백질을 사용하면 실제 날달걀처럼 겔을 형성해 응고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한편 미국의 스타트업 ‘블루날루(Blue Nalu)’의 경우 세포배양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생선을 만든다. 이들은 먼저 마취한 부시리의 근육조직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 효소 단백질로 처리한 후, 이를 각종 영양물질이 함유된 배양기에 넣어 키운다. 이후 원심분리기를 통해 세포만 분리추출, 영양물질 혼합액과 섞어 3D 프린터에 넣어 인쇄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대체 단백질 생산 기업들이 추출·발효·배양 등의 신기법을 도입해 제품 다양화를 이끄는 중이다.
독특한 점은 대체 단백질 시장의 활성화가 실리콘밸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존 동물성 단백질의 구성원리를 프로그래밍하여 그 맛을 식물성 단백질로 인공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핵심인 만큼 이들 기업은 R&D 역량 강화에 집중투자하는 형세다. 특별하고 신기했던 제품을 일상적인 소비재로 탈바꿈시킨 이들의 노력은 이제 업계 전체 생태계를 더욱 넓고 촘촘하게 확장시키고 있다. 대체 단백질 판매뿐 아니라 업계 간 기술협력, 식품원료·첨가제 시장 활성화를 견인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 것이다. 시장 확대로 이제는 바이오 기업들까지 진입하는 추세다. 이들은 대체육의 식감과 풍미를 끌어올릴 식물성 첨가제나, 대체육 육즙 성분인 레그헤모글로빈 추출법을 개발하는 등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관련 기술과 시설을 증설할 계획에 있다. 건강, 친환경 등의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에 대한 우위를 점령해나가는 대체 단백질. 앞으로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시키고, 각 문화권에 맞춘 적절한 제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향후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