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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히어로

묵직한 두드림으로 단조기술 혁신을 이끌다

한국단조(주) 강돈 대표

글. 김혜민 사진. 이성원

고온 가열된 금속을 두드리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단조(鍛造) 제품은 특유의 견고함과 단단함으로 산업계를 지탱한다. 조선·플랜트·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내구성을 높이는 이음새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한국단조(주)를 설립, 꾸준한 연구개발로 단조기술혁신을 일궈가고 있는 강돈 대표 역시 업계 사슬을 튼튼히 이어가는 구심점을 자처한다. 전환기에 선 지역 부품산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그에게 다가올 미래는 곧 새로운 기회다.

지난 2004년 창업한 한국단조(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단조(주)는 조선·플랜트용 배관자재 및 자동차용 부품을 단조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한마디로 철강을 1,200도 내외의 고온으로 가열한 후 압력을 가해 기능별 산업용 부품을 만드는 거죠. 대표제품인 플랜지(Flange)는 부품과 부품을 연결하는 배관자재로 조선·해양플랜트, 발전설비, 해수 담수화 설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이 외에도 자동차 조향장치 및 변속기의 주요 부품을 단조생산하고 있으며, 고강도 제품생산을 위한 열·후처리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근로자에서 회사 경영자로 경로를 변경하며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단조 생산라인 책임자로 근무했기 때문에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는 기술 외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 많더군요. 공단부지를 물색하고, 인허가를 받아 산단에 입주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때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사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죠. 그때 담당자로 만났던 분들이 지금 지사장, 본부장이 되어 본분을 다하고 계신 걸 보면 그것도 벌써 옛날 일이네요.

사업을 시작하고 안정 궤도로 진입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2004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 여러 가지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지원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했죠. 덕분에 2009년 무렵부터 회사가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게 됐습니다. 이후부터는 연구개발 부서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연간매출의 2%가량을 꾸준히 투자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이전까지 수출에 의존했던 ‘듀플렉스 스테인리스강(Duplex STS Steel)’ 소재를 내수화한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희가 주력 생산하는 플랜지의 경우 시장이 양분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탄소강(carbon steel) 플랜지는 중국, 인도 등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 시중에서 저가로 유통됩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플랜지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죠. 반면 저희가 내수화에 성공한 듀플렉스 스테인리스강은 고도의 생산기술이 필요해 그동안 대부분 유럽 선진국 등의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고도화된 설비일수록 고강도의 플랜지 사용이 필수적이니까요. 듀플렉스 스테인리스강은 석유시추선처럼 바닷물에 닿는 설비가 녹 쓸지않고 부식되지 않도록 해주는 고내식성 소재입니다. 생산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아서 앞으로 회사 매출증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좋은 사례네요. 자동차 튜닝 시장에 진출해 틈새시장을 파고든 전략도 인상적입니다.

거대 자동차 기업에 의존하는 자동차 부품시장의 경쟁률은 어마어마합니다. 관점을 바꿔 어떻게 하면 새로운 레드오션을 개척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완제품 판매 이후에도 추가 수요가 발생하는 애프터마켓을 떠올렸습니다. 저희가 보유한 단조설비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서 튜닝 시장의 수요에 걸맞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거죠. 이렇게 완성된 것이 ‘파워업 튜닝용 고강도 플라이휠’입니다. 공단의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과제로 진행한 사업인데 적절한 성과를 낸 것 같아 뿌듯합니다.

자동차는 최근 산업계에서 기술혁신이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분야 중 하나인데요, 이와 관련하여 부품업계에서 위기를 느끼는 부분은 없나요?

자동차 부품생산 기업, 뿌리기업, 전후방 관련 기업 등 업계 대부분이 내연기관차용 부품 위주로 생산해왔기 때문에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형 자동차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업계 전체가 함께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보교환이나 세미나, 콘퍼런스 등은 물론 공동과제발굴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공단에서 운영하는 산학연협의체(MC, 미니클러스터) ‘미래자동차부품 미니클러스터’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지난해부터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케이모빌리티클러스터협회’라는 별도 조직을 꾸려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단의 지원은 받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거듭난 셈이죠. 초대협회장으로 위촉된 만큼 어깨는 무겁지만, 회원사들이 친환경 그린모빌리티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 신산업 진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꼭 지키고자 하는 경영원칙은 무엇인가요?

고객사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입니다. ‘한국단조(주)’ 마크를 달고 나가는 제품에 대해서만큼은 고객사에서 확실히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과 품질관리에 힘을 쏟습니다.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매출은 33억 원, 그리고 지난해 매출이 124억 원입니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 대한 신뢰가 두텁게 쌓였기 때문일 겁니다. 그동안 연구개발 과제를 위해 밤새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데 골몰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이는 결국 직원 모두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우리 직원들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목표한 바를 이뤄내는 자율적인 태도를 지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올해 한국단조(주)의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개발 진행 중인 ‘유압해머와 USN(Ubiquitous Sensor Network) 기반 IoT 기술을 융합한 단조 생산시스템 구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용해 2025년까지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 사업에는 저희뿐 아니라 다른 단조 생산기업과 금형 생산기업, IoT 전문기업이 함께 참여해 개발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단조제품은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결정됩니다. 특히 에어해머를 사용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압력이 달라질 수 있는데, 초보 작업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동력원을 유압으로 바꾸어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되, 각 기기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숙련 기술자들의 세부 작업환경을 수치 데이터로 저장하여 표준화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라도 고품질의 단조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품질혁신을 이룰 수 있는 거죠.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 꾸준히 연구개발을 이어간다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