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하기
혁신의 체인저

파타고니아 VS 프라이탁

글. 김혜민 일러스트. 김수진

사용 후 버려진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고작 14% 정도에 불과하다.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시장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까? 폐플라스틱에 새로운 시선을 덧입혀 두터운 마니아층을 구축한 브랜드 두 곳을 소개한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완성된
친환경 아웃도어 패션!
파타고니아 Patagonia

지난 1973년 설립된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사업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환경을 꼽는 독특한 기업이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로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서(to save our home planet)’라고 명시할 정도다. 이 같은 행보의 시작은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의 가치관에서 비롯됐다.

평소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던 그는 암벽등반에 필요한 피톤을 직접 생산·판매했는데 1970년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등반장비회사로 승승장구했음에도 사업을 중단했다. 자신이 만든 피톤이 바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바위에 변형을 가하지 않는 알루미늄 초크를 개발해 클린 클라이밍(Clean Climbing) 문화를 이끌었으며, 의류업계 최초로 사람들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옷을 만드는 등 환경보호에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합성섬유 염색으로 불거지는 환경문제를 고려해 원단 염색 대신 원단의 원료인 플라스틱 펠릿에 미리 색을 넣는 솔루션 염색 기법을 도입했으며, 면직물 생산에 100% 유기농 면사만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목화 재배 과정에서 사용되는 살충제 및 화학비료 사용이 엄청난 오염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행보는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우리 옷을 사지 말라는 마케팅을 벌였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극에 달하는 때, 정말 필요한 제품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취지의 캠페인을 통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한 것. 환경에 대한 진심은 매년 매출의 1%를 지구세(Earth Tax)라는 명목으로 환경보호 단체에 후원하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9년부터는 ‘지속가능의류연합(SAC)’ 창설을 주도해 의류생산 전 과정에서의 사회·환경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히그 지수(Higg Index) 지표를 개발하는 등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버려진 트럭 덮개,
기능성 가방으로 변신!
프라이탁 FREITAG

스위스의 한 형제가 설립한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 사이에서 특히 사랑받는 기업이다.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은 물론 버려진 트럭 덮개를 사용해 제품을 제작한다는 사실이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이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 개입을 기대하는 MZ 세대의 요구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주요 소재를 살펴보면 이들이 왜 업사이클링(Upcycling)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프라이탁 가방의 주요 소재는 버려진 트럭 덮개(방수천)다. 이는 창업 당시 디자인과 학생이었던 두 창립자가 겪었던 불편에서 기인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이들은 가방 안에 스케치북을 넣어 다녔는데, 변덕스러운 취리히 날씨 탓에 스케치북이 젖는 날이 많았다. 이에 방수 기능을 갖춘 가방을 만들기로 다짐한 이들은 트럭을 덮은 방수천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가방의 몸통은 트럭 방수포, 안감은 자동차 에어백, 어깨끈은 자동차 안전벨트, 모서리 마감은 자전거 바퀴 고무튜브를 사용해 제작했다. 폐기물을 재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이들은 이후 업사이클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1993년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들이 내놓은 가방은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정판이다. 버려진 방수포 고유의 패턴, 컬러 등에 맞추어 재단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의 디자인이 제각각인 것이다. 이처럼 자원을 재활용하려는 태도는 제조공정 곳곳에서 드러난다. 수거된 방수천 세척 시 따로 모아둔 빗물을 사용한다거나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 일부를 사용하며, 본사 공장을 재생 콘크리트로 지어 올리는 등의 행보는 이들의 핵심 가치를 명백히 보여준다. 폐품으로 만든 가방 구매에 수십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게 만드는 브랜드의 힘이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참고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김병규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