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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칼럼

언번들링,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다

글. 김상윤 중앙대학교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트렌드가 바로 언번들링이다.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는 언번들링에 대해 알아본다.

스타벅스 은행?

스타벅스 은행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전 세계 커피 브랜드 1위 스타벅스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영역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미국 모바일 결제 가입 고객수 1위이다. 미국에서만 무려 2300만 명이 스타벅스 앱을 사용한다. 이들이 예치해둔 금액은 상상을 더 초월한다. 전 세계 스타벅스 고객이 미래의 커피 구매를 위해 모바일 앱에 예치해둔 금액이 자그마치 1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4천억 원에 달할 정도다. 우리나라 스타벅스 고객이 예치해둔 금액도 7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발표됐다. 스타벅스는 현재 쌓여 있는 고객예치금을 활용하여 핀테크 서비스 제공자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은 스타벅스를 향후 금융업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로 꼽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존 금융사를 위협하고 있는 외부의 존재가 오직 스타벅스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타벅스 외에도 수많은 테크기업들이 핀테크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을 키우는 쪽으로 진화한다. 즉, 핀테크 영역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기존 금융을 바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변화하는 쪽(금융) 보다는, 변화시키는 쪽(IT)에 주도권이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이 위협적이다. GAFAM이라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공룡 IT 기업들과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국내의 카카오나 네이버는 출신이 IT지만 현재 금융 서비스를 일부, 혹은 전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언번들링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핀테크 영역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근간에는 바로 언번들링(Unbundling)이라는 트렌드가 있다.

과거 전통적인 은행은 너나 할 것 없이 금융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고객들은 A 은행에 가더라도, B 은행에 가더라도 비슷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은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들을 모두 쪼개고, 거기에다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붙여 그들만의 차별화를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특별한 단 하나, 혹은 소수의 서비스만을 집중적으로 제공한다. ‘내가 다 잘 하진 못하니까, 하나만 제대로 할게!’라는 콘셉트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전 세계에서 송금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구글 어시스턴트에게 “OK google! 철수한테 100만 원 송금해줘”라고 하면, 구글의 음성인식 기술은 ‘철수’, ‘100만 원’, ‘송금’이라는 내용어만 정확히 인식하여, 실행에 옮긴다.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통한 화자인증도 재빠르게 진행한다. 우리는 3초만에 정확히 송금이 실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지금까지 쌓아온 구글 기업에 대한 신뢰를 그대로 금융 송금 서비스에 대한 신뢰로 전가한다.

모빌리티 산업의 언번들링

최근 산업계에서 가장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에도 언번들링 트렌드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토요타뿐 아니라 구글, 애플, 네이버와도 경쟁한다. 이제 자동차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하는 제품에서 기계 스스로 주행하는 제품이 되었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진 데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발전이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이는 대부분 IT기업이 주도했다. 센서,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 발전은 자율주행 영역에서 각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전기차 관련 기술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 확대는 배터리 기술의 진화,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점차 내연 기관을 개발하던 업체에서 자율주행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 전기충전 모듈을 개발하는 업체, 모빌리티 공유서비스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 이때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주도하는 업체는 ‘이용’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지난 수백 년간 인류가 규정해온 제품, 기술, 산업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경계가 모호해진 영역을 중심으로 ‘해체’라는 언번들링과 ‘재조합’이라는 리번들링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기술의 우위 또는 시장의 표준을 선점한 산업의 새로운 강자가 생겨나기도 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의 강자는 도태되기도 한다. 변화는 잡는 자에겐 새로운 기회이고, 놓치는 자에게는 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