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하기
산단 감성로드

맑은 고을 청淸 주州 그 길에서 쉬어가리

글. 구보은 사진. 청주시청, 김수현드라마아트홀

누군가는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른다고 했던가.
조금 비틀자면 길이 거기에 있어 걷는다.
맑은 고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주는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매력을 품은 길이 어서 걸어보라고 손을 흔든다.
한겨울 추위도 잊고 거친 세상사도 잊고 그저 호젓하게 그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길, 상당산성

청주에는 ‘세종대왕 100리길’이 세 곳 있다. 어찌 청주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길이 생겼을까. 1444년 3월,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 작업을 하던 중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초정약수를 찾았다. 초정약수의 효능은 <동국여지승람>에도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차고, 그 물에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나와 있다. 세종대왕은 청주에 행궁을 짓고 120여 일을 머물며 눈병을 치료했다. 이러한 역사를 모티브로 세종대왕 100리길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곳이 바로 상당산성에 자리한 길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상당산이 머리에 띠를 두른 듯한데,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벽은 높이 4~5m, 둘레 4.2km에 걸쳐져 있다. 대부분 남문을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 나오는 코스를 택한다. 넉넉잡아도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성곽을 따라 역사의 흔적을 찾아 거닐다가 중간중간 숲길로 접어들어 자연의 푸르름을 만끽하는 것도 좋다. 청주 시내와 무심천을 지나 저 멀리 평야를 내려다보며 옛 성곽을 걷고 있노라면, 자연과 역사 그리고 도시가 한데 어우러진 청주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한편, 청주시는 소실되었던 초정행궁을 지난 2020년 복원해 문화체험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 하루 머물며 족욕체험으로 걷느라 쌓인 피로를 풀고 오래 전 세종대왕의 숨결을 느껴봐도 좋을 것이다.

상당산성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성내로 70
초정행궁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약수로 851 043-270-7332

아름다운 사색의 길, 청남대

청남대로 향하는 숲길을 달리다 보면 자꾸만 차창 밖으로 시선이 향한다. 쭉 늘어선 가로수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대청호의 푸른 물빛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탓이다.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을 가진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하다가 지난 2003년 일반에 개방했다. 대통령의 별장이라는 타이틀을 빼고 논하더라도 청남대는 수려한 경관과 잘 보존된 생태 환경으로 누구나 찾고 싶은 곳이다.

청남대에는 몇 개의 산책로가 있는데 저마다 역대 대통령의 이름이 붙어있다. 물길을 따라 걷기엔 전두환·노태우·이명박 대통령 길이 좋고, 숲길을 걷는다면 김영삼·노무현 대통령 길이 좋다. 청남대의 우거진 숲과 푸른 대청호가 어우러진 풍광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김대중 대통령 길을 권한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해서 산책보다는 등산에 가깝지만,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나무와 풀들이 서로 속삭이는 소리를 듣다 보면 절로 힘이 솟는다. 전망대에 오르자 청남대의 전경과 대청호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우리네 삶이든, 이 길이든, 수많은 굴곡 속에서 느낀 복잡했던 생각을 모두 비우자. 그래야 그 자리에 아름다움이 꽉 들어찬다. 가지 않은 길 앞에서 후회하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청남대에선 어떤 길을 걷든 그것으로 충분하다.

청남대
충정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043-257-5080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 수암골 벽화마을

우암산에 자리한 수암골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터전을 이룬 동네다. 청주의 마지막 달동네였던 이곳이 관광 명소가 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스러져 가는 회색빛 담장에 벽화를 그리며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뒤이어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드라마 거리가 꾸며졌다.

드라마 거리의 시작점에 있는 오렌지색 건물은 ‘김수현드라마아트홀’이다. 청주 출신인 김수현 드라마 작가를 주제로, 그의 집필 인생과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마을의 중심으로 향하는 거리마다 드라마와 관련한 공간과 시설물들이 즐비해 있어 눈이 즐겁다.

수암골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보는 데는 대략 삼십 분, 천천히 둘러봐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흙장난하는 아이들, 숨바꼭질하는 아이 등 수암골에는 유난히 재미나고 정감 가는 모습을 담은 벽화가 많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벽화들에 모두의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는 듯하다.

마을 위편 도로에는 청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수암골 전망대가 있다. 청주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다. 전망대 아래에는 카페거리가 조성되어 따뜻한 차 한잔으로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도 좋을 것이다.

수암골 벽화마을
충정북도 청주시 상당구 수암로 58
김수현드라마아트홀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우암산로41번길 21 043-225-9262
청주의 문화 · 예술속으로

청주고인쇄박물관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발견된 흥덕사지 터에 세워졌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달한 우리나라 인쇄술의 역사는 물론, 인쇄문화의 현재와 미래까지 아우르는 곳이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713 043-201-4266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의 4번째 공간.
미술관 소장품을 수장한 상태로 개방한 곳으로, 방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기능까지 알 수 있는 보다 확장된 개념의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043-261-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