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그 온실가스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인류, 나아가 지구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탄소포집 및 활용기술, 이른바 CCS와 CCUS 기술이 지구를 지킬 중요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다.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 탄소포집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탄소포집(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이란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화석연료의 사용 등으로 말미암아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하는 근원지에서 그 이산화탄소가 공기 가운데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한편, CCS 기술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지질층에 주입해 영구적으로 봉인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이라고 한다.
온실가스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기체다. 이는 지표면에서 우주로 발산하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 혹은 반사할 수 있는 기체로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나, 지나친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와 생태계 변화를 불러오며 지구 생명체의 생존에 위협을 가한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이산화탄소는 지구 환경 에너지 평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범세계 차원에서 탄소포집기술을 주목하는 상황이다. 이 기술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포집’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석탄,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제철소, 정유 공장, 시멘트 공장 등 대규모 산업 공정 시설에서 생산한 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한다. 다음은 ‘운송’으로, 분리한 이산화탄소를 압축해 파이프라인, 트럭, 선박 등으로 저장에 적합한 장소로 운송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는 ‘사용 또는 저장’으로 이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필요한 곳에 사용하거나, 대기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1㎞ 이상의 깊은 지하 암석층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산업군은 에너지, 석유화학, 정유 분야이다. 특히 쉘(Shell), 셰브런(Chevron), BP, 엑손모빌(Exxon Mobil)등의 기업은 지하 퇴적층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함으로써 원유 펌프질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석유회수증진법1을 택하고 있다.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정제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과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탄산칼슘 제조뿐 아니라 메탄올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CCU 설비를 공장 굴뚝에 설치해 탄소를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의 생산 원료로 사용하거나 드라이아이스, 반도체 세정액 원료 등으로 만들어 인근중소 화학사에 판매한다.
철강산업도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강 공정은 대량의 이산화탄소 배출원과 환원제가 존재하는 산업으로 탄소자원화에 적합한 업종이다. 철광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석탄과 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제선 공정에서 탄소가 주로 배출되는데, 독일의 티센크루프(ThyssenKrupp)는 이산화탄소를 탄소로 전환하는 ‘탄소에서 화학물질(Carbon2Chern)’과 석탄을 그린 수소로 대체 환원하는 ‘수소 도로(Hydrogen Route)’를 시도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암모니아, 메탄올, 고분자, 알코올 등과 같은 화학 물질로 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웨덴의 싸브(SSAB)와 유럽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또한 수소환원제철법2을 적용한 공장을 신설했다. 세계 최초로 석탄 등 화학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 ‘그린 스틸’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국내 사례를 살펴보면 포스코가 수소 사업 진출 선언을 했고, 산업가스·수소사업부 및 탄소중립 제철기술 개발 조직인 저탄소 공정연구 그룹을 신설했다.
한국석유공사는 1998년 7월 가스층을 발견해 울산 남동쪽 60㎞ 해상에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생산 광구인 동해가스전 해상 플랫폼을 건설, 2004년부터 천연가스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생산 종료를 앞둔 동해가스전은 앞으로 새로운 행보를 보여줄 예정이다. 기존에 있던 해상 플랫폼, 해저 수송 배관, 자원개발 생산시설을 2025년부터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 이 사업은 울산, 부산, 경남, 포항 등 동남권 산업단지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기존 배관을 통해 수송하고 동해가스전 고갈 저류층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배관과 해상 플랫폼 등 기존 동해가스전 설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동해가스전은 육상에서 60㎞ 떨어져 있고 고갈된 가스전 저류층은 누출 경로가 없어 안전한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은 현재 10여 가지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기구에서는 CCUS 기술이 다양한 이산화탄소 감축 방법 가운데 10~20% 정도를 차지하며, 이산화탄소를 마지막에 제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본다. 푸른 지구를 지키기 위한 탄소포집기술. 인류, 나아가 지구 생명체의 내일을 밝히는 소중한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