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열리지 못했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2’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이 박람회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혁신적인 미래 기술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친환경, 디지털, 메타버스가 주된 테마로 등장했다고 한다. 자동차, 가전, 선박,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이 다양한 SW와 결합하여 혁신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업의 디지털·친환경 전환 여부가 한국경제의 미래를 가늠할 것이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코로나 팬데믹 3년 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한국경제는 선방했다. 경제성장률은 4%를 회복했고 수출은 역대 최대인 6,445억 달러를 달성했다.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제조업과 수출의 본산인 산업단지가 커다란 기여를 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산업현장에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입주기업인과 근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새해에도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형이자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갈등,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글로벌 공급망 위기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ESG 등 글로벌 이슈도 산업단지에 커다란 도전이자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그 여파가 기업경영에 직접적으로 미치고 지역경제에도 파급된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경제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위기에 강한 DNA를 다져왔다. 오히려 제조업과 산업단지가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국 1,249개 산업단지는 11만여 입주기업과 226만 명의 일터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전략산업의 터전이자 경제성장의 물적 토대였다. 이처럼 한국경제에서 산업단지가 가진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경제혁신도 산업단지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완전한 경제회복’과 ‘선도형 경제기반 공고화’로 정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을 넘어 정상 궤도로의 경제 도약과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시대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이뤄내는 데 달려 있다. 산업단지의 전환이기도 하다. 임인년 새해에는 산업단지가 한국경제 대전환과 대도약의 중추가 되어야 한다.
첫째, 우선 산업단지의 디지털·그린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정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올해 전국 10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스마트그린산단 촉진사업의 성과 창출에 전력할 계획이다. 혁신이 순환되는 산업단지의 미래상을 앞당기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산업단지의 디지털·그린 전환 여부가 미래 산업단지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기업들도 디지털·친환경 기술이 기업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산성은 혁신되고 에너지 활용의 묘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린산단의 모델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둘째, 지속 가능한 산업단지로의 전환 노력도 중요하다. 탄소중립과 ESG 등 앞으로 닥쳐올 미래 도전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산업단지와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높여야 한다. 환경, 안전, 상생 등 사회적 책임의 문제는 중소기업이 다수인 산업단지의 입주기업에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SG의 가치가 산업단지에 확산될 때 비로소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고효율, 쾌적하고 안전한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정책사업들은 그래서 더 강화돼야 한다. 기업들도 투자 확대와 사업전환, 혁신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산업단지를 기업이 성장하는 자양분 가득한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단지에 기업성장을 위한 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지도록 지원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규제는 과감히 개선해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 간 융복합이 쉽게 일어나고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중심이 되어 활발한 산학연 협력이 일어나는 클러스터로 진일보해야 한다. 창업이 쉽고 ‘스케일-업(Scale-up)’ 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야 한다. 신산업과 창업이 자리매김하는 산업단지는 국가적 난제인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산업단지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창업-성장-혁신의 사례가 늘어나야 한다. 노후 산업단지엔 새로운 활력 공간을 만들어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고 혁신이 움트도록 하자! 쾌적함과 지원·편의기능을 보완해 청년이 찾는 산업단지로 새롭게 재창조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단지가 경제성장과 혁신의 화수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모소 대나무’라는 식물이 있다. 중국 극동지방에서 자라는 희귀종인데 처음 4년간은 정성으로 가꿔도 3cm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5년 차가 되면 갑자기 크기 시작해 최대 높이 15m까지 자란다. 급성장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산업단지 현장에서 진행되어 온 산업단지 혁신사업과 기업의 노력들이 모소 대나무처럼 올해는 당당히 ‘퀀텀 점프(Quantum Jump, 대도약)’하는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