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한랩은 국내는 물론 세계 보건의료기기 사업 분야에서 묵직한 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의 자동평형 원심분리기 개발을 시작으로 진단검사 통합 자동화 솔루션 개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곳,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의 최고봉을 꿈꾸는 ㈜한랩의 류희근 대표를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랩은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진단검사에 필요한 자동화 기기, 시약,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회사이다. 보통 환자들이 유병증상으로 병원에 가서 검체 시료를 채취하고 정확한 진단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온전하고 정확한 진단결과를 내놓기 위해 그 중간과정을 책임지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희는 1993년 ㈜한영라보테크로 시작해서 1999년 ㈜한랩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본격적으로 진단검사에 필요한 자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에 이곳 충북 오송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에 본사를 확장해 이전했고 꾸준한 R&D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진단검사의학 특화기업으로서 업계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오송을 쉼 없이 넘나들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류희근 대표가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낸다.
의료기기를 수입하던 ㈜한영라보테크가 제조분야로 넘어가게 된 것은 IMF가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천정부지로 환율이 뛰어오르면서 외산 기기를 수입하는 게 불가능해졌고 결국 장비의 국산화를 통해 위기를 타계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한랩의 첫 번째 자체개발 장비이자 세계 최초의 자동평형 원심분리기 ‘랩마스터(Labmaster)’였다. 직원들이 무려 6년간 매달려 갖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그동안 수작업으로 하던 혈액 원심분리를 자동화한 기기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동평형기술은 검체 시료의 무게 측정이 필요 없는 편리성, 우수한 검체 분리 능력을 갖춘 정확성 그리고 사용자의 접촉 횟수를 줄여 감염 위험을 낮추고 검체의 2차 오염을 방지하는 안전중심의 기술입니다. 균질액을 시험관에 넣고 고속으로 회전시켜 입자의 크기와 밀도에 따라 물질을 분리하는 원심분리기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전에는 사용자가 수작업으로 일일이 밸런스를 맞췄기 때문에 사고도 오류도 많았지만, 저희 제품이 나옴으로써 그 문제들이 한 번에 해결된 거죠.”
이는 ㈜한랩의 기술개발 이후 지금까지도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고 있는 세계 유일한 독점기술이 되었다.
그러나 수입 의료기기가 시장을 점령했던 상황에서 ‘국산제품’을 향한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특히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대부분이었고 시장에서의 선호도 및 트렌드 역시 명확했기에 설 자리를 찾기가 더욱 힘들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 ㈜한랩은 독자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인증과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의료기기 신제품 테스트 지원사업을 통해 다국적 제품보다 ㈜한랩의 제품이 신뢰성, 신속성 및 안정성 등에서 우수하다는 결과를 지속해서 홍보했고,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의료기관의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형병원에는 ㈜한랩의 장비들이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않았던 근성이 결국은 꽃을 피운 셈이다.
류희근 대표는 ㈜한랩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오송에 내려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을 만난 것이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2015년 저희는 공단 충청지역본부 충청권 기업 성장지원센터의 육성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공단 기업성장지원센터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면서 저희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경영진들은 물론 직원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지요. 이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비전과 목표도 세웠어요. 이후에도 공단의 다양한 R&D 및 R&BD 프로그램의 지원을 통해 기술개발과 사업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단을 만나기 전에는 홀로 나름의 방법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오다가 공단의 지원과 가이드를 받으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자사를 바라보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는 회사의 성장에 굉장히 큰 역할을 했습니다.”
류희근 대표는 창업 이후 긴 시간 동안 R&D의 중요성, 의료기기 국산화 개발의 부가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체감했던 인물답게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19년부터 2년여간 충북 첨단 의료기기 미니 클러스터 회장직을 맡아 정보 공유와 네트워킹을 주도하며 충북 의료기기산업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왔고, 올해부터는 오송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회장으로 추대돼 총 24개사 회원사를 이끌게 됐다.
“오송은 바이오·의료·헬스 분야에 특화돼있는 곳입니다. 같은 듯 다른 회사들이지만 톤은 비슷한 회사가 모여 있는 것이죠. 아직 협의회 규모가 작기 때문에 향후 규모를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그래야 뜻이 모이고 뭔가를 도모할 때도 동력의 밑천이 될 테니까요. 또 회원사 간에 R&D를 비롯, 트렌드의 변화나 흐름 파악을 두고 정보를 함께 나누는 등 활발한 네트워킹과 공유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굉장히 큰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임인년이 새롭게 문을 연 지금, 류희근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망에 사로잡혀있다. Hit For No.1이라는 비전 아래 올해를 향후 200년까지 갈 회사의 기반을 닦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대내외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 스마트병원 도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2025년까지 전 세계 종합병원의 10% 정도가 스마트병원이 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IoT, ICT 기술에 초점을 맞춘 의료서비스의 개념을 넘어 진정한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해 환자 진단과 검사에 필요한 시설을 최적화하는 통합 자동화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한랩은 로보틱 자동화 기술과 IoT 및 ICT 기술이 결합된 Smart Lab 자동화 플랫폼이라는 차별성과 지능·고효율화 된 자동화 기반 기술을 구축해 국내외 유일의 스마트 자동화와 진단검사의학 시장을 선도해나가고자 합니다.”
㈜한랩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과 병변의 다양화, 감염성 질환의 빠른 증가로 검사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질환의 사전 예방 및 예후 판별을 위해 정확하고 빠른 진단 중심의 시스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의 각축장이 되어 버린 국내 진단검사 자동화 분야 및 분석장비 시장 속에서 신개념 자동화 통합 플랫폼 개발로 글로벌 시장의 최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한랩. 류희근 대표에게 앞으로의 여정은 진단검사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장 치열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