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물과 풍경에는 저마다의 ‘색(色)’이 있다.
어느 날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본 풍경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 봄, 저마다 다른 색으로 빛나는 부산으로 떠나본다.
해마다 봄이면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이어지는 달맞이고개는 분홍빛으로 물든다. 바로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따라 줄지어 선 벚나무 덕이다. 달맞이고개는 벚나무와 송림 사이로 활처럼 휘어진 해운대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전망을 볼 수가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어 평소에도 드라이브나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이오면 더욱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길의 매력은 걸어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 이런 계절이라면 더더욱 달맞이고개를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달맞이고개는 해운대해수욕장의 끝자락, 미포라는 작은 포구에서 시작한다. 미포에서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흐드러지게 펼쳐진 분홍빛에 벌써 눈이 부실 정도다. 양옆으로 늘어선 벚나무들이 도로를 향해 굽어진 모습이 벚꽃 터널을 이루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꽃비가 내리면 추억을 남기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는다.
만약 도로의 소란스러움이 싫다면 달맞이고개 아래에 자리한 문탠로드(moontan road)를 걸어보면 어떨까. 달빛으로 마음을 태우는 길이라는 뜻의 문탠로드, 이곳은 미포와 청사포를 잇는 2.2km 구간의 숲속 오솔길이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파도 소리가 스며들어 걷는 도중 바다에 시선을 빼앗겨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만다. 세상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드는 이 계절, 어쩌면 봄의 다른 이름은 벚꽃이 아닐까 싶다.
이 계절에 흰 눈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영도 바다에서 바라보면 봉래산으로 향하는 가파른 언덕을 따라 작은 길이 하나 있다. 그 길 옆으로, 다닥다닥 집들이 세워져 있다. 산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것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곳, 바로 흰여울길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바다는 눈이 부시게 하얗고 반짝인다.
흰여울문화마을은 한때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몰려든 피란민들의 힘겨운 삶이 스며들어 있었으나, 이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여행 명소가 되었다. 그 시작은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수많은 작품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지역 예술가를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이 숨어있지만, 오늘날의 흰여울문화마을을 만든 것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반짝이는 물결을 배경으로 한 빼어난 풍광일 것이다.
흰여울길은 부산보건고등학교에서 흰여울전망대까지 약 1km가량 길게 이어져 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 사이사이로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는 공간들이 꾸며져 있어 걷는 내내 눈이 즐겁다. 무엇보다도 좁다란 골목 사이를 이리저리 걸음을 옮겨가며 시시 각각 변하는 바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만약 바다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면 절영해안산책로를 걸어보라고 추천한다. 흰여울문화마을 곳곳에 자리한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와 맞닿은 절영해안산책로에 갈 수 있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를 음악 삼아 거닐다 보면, 마을 안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그곳의 진짜 색이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해 질 무렵이면 낙동강 끝자락에 자리한 장림포구로 가보자. 작은 포구를 물들이는 환상적인 주황빛을 만날 수 있다. 장림포구는 부산의 베네치아, 즉 ‘부네치아’라고 불린다. 무지개색을 입은 이국적 창고 건물과 작은 어선들이 옹기종기 떠 있는 풍경이 마치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부라노섬을 연상시킨다고 해 얻은 이름이다.
장림포구는 한때 김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으나, 매립공사로 인근에 공업단지가 형성되면서 예전과 같은 포구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허름했던 어창은 화려한 색으로 치장되고 포구 위로 이국적인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2012년 장림포구 명소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장림포구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바로 부네치아 선셋 전망대다. 이곳에는 수산식품 판매장, 홍보관, 카페테리아 등의 편의시설과 옥상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옥상전망대에 오르면 길게 난 장림포구와 그 건너편으로는 다대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여기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장림포구를 거닐어보는 것도 좋다. 잘 조성된 이국적인 건물도 매력적이지만 포구에 정박해있는 작은 어선들이 옛 정취를 느끼게 해 장림포구만의 독특한 인상을 만든다. 요즘은 과거의 장림포구를 기억하는 이들과 이색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젊은이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최근에는 야간경관 조명사업도 완료돼, 주황빛 일몰에서부터 어둠이 내리고 나면 반짝반짝 화려한 옷을 갈아입은 모습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넓게 자리해 있어, 부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야경 명소다. 광안대교를 비롯해 해운대와 서면, 남포동 등 동서남북에 따라 달리 보이는 부산의 야경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부산광역시 남구 황령산로 391-39
이곳은 냇가에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 호천이라 이름 붙여진 마을로, 산복도로 위에 자리해 아름다운 전망과 야경을 자랑한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문화플랫폼과 스카지라운지, 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엄광로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