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플레이팅(주)는 2022년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3D업종이라는 오해와 편견을 받는 표면처리산업(도금)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ERP, MES 등의 도입으로 공장의 스마트화를 주도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한 이오선 대표가 보여준 대한민국 뿌리산업의 가능성을 만나보자.
동아플레이팅(주)
동아플레이팅(주)는 1997년에 설립됐습니다. 전기 아연 표면처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자동차 조향장치와 안전벨트에 조립되는 부품인 볼트와 너트가 주력 상품입니다. 고객사는 현대, 기아, 볼보, 포드 등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 1차 협력사들입니다.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습니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았는데 제가 배움이 부족하다 보니까 아이 교육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높았죠. 그래서 교육보험에 가입을 했다가 당시 보험설계사의 소개로 보험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웃음) 일을 아주 잘 했습니다. 상도 많이 받고 사내모델도 했죠. 31세에 소장으로 임명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다가 도금업체의 보험관리를 맡게 되면서 큰돈을 빌려주었고 대신 어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부도를 내면서 막대한 빚을 지게 되었죠. 조금이라도 빚을 갚아보고자 사업체를 인수했고 30대의 나이에 아무것도 모른 채 도금회사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거의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어요(웃음). 직원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는 정도여서, 제가 새벽에 트럭을 몰고 나가 거래처에서 물건 받아서 직원들이 출근할 때까지 기다렸지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느지막이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타서 돌리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침식사로 라면을 끓여 줬어요.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나중에는 “우리만 주지 말고 이 사장도 한 잔 하소!”라고 말을 건네더라고요. 동시에 저는 현장을 모르는 사장이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직원들, 거래처, 관련 공무원들에게 묻고 또 물었고 약품 때문에 부상을 입어도 현장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 소장 시절의 단정한 모습은 사라지고 덥수룩한 머리에 기름때 묻은 청바지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죠. 업계 안팎에서 다들 얼마나 가나 보자, 팔짱 끼고 지켜봤지만 포기하지 않는 제 모습에 결국 신뢰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도금업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해도 도금회사 사장은 사장이 아니었어요. 회사로도 인정을 안 해줬고 협력업체 등록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꿨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은 맡은 일에 대한 자긍심이 없었고,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죠. 이런 흐름이 업계 전반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일을 해도 이게 어느 회사 것인지, 언제까지 줘야 하는지 알지 못해 헤매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누가 건물 앞에 던져놓고 가면 그냥 갖고 들어와서 하는 식이었죠. 당연히 제대로 운영이 될리가 만무했어요. 저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품번, 품명 대신 모양으로 나름의 부품 이름을 짓고, 별 표시로 급한 순서를 매겨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2006년에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를 도입해 세금, 급여, 영업실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경리직원을 통해 수작업으로 일을 하다가 시스템을 갖추니 정말 좋았죠.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에서 스마트 공장 도입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회사로 와 직접 멘토를 해준다는 거예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멘토들의 조언에 따라 회사 내부에 최적화된 MES(제조실행관리시스템)를 도입했고 덕분에 언제, 어느 라인에서 제품이 몇 개 나오는지, 화학 약품 투입량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저희 업종에서는 생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는 게 정설이었어요. 그때그때 주문대로 일을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저는 생산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공급 업체는 펄쩍 뛰었죠.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그런데 삼성의 기술 멘토분이 해외 사례를 들어주면서 할 수 있다고 독려를 해주셨어요. 저희는 지난 작업의 평균치를 내고 거래처를 분석하면서 재고 파악을 했습니다. 마침내 생산계획에 성공한 거죠. 계획대로 일할 수 있다는 건 제조업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일로 제품 생산량 증가는 물론 회사 성장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으니까요.
굉장히 많았습니다. 갑자기 낯선 시스템을 들여와선 그동안 장화 신고 고무장갑 끼고도 잘해왔던 익숙한 업무 방식을 다 바꿔야 한다고 하니까 당황스러웠던 거죠. 당시에 반대의 의사표시로 일부 직원들이 스마트 공장을 고의로 멈추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둘 순 없었죠. 어떻게든 상황을 끌고 나가기 위해 실습 나온 학생들을 데리고 일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생산하던 6천 종의 제품들을 바코드 하나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의 효율성을 직원들이 몸소 체감한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쇄신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매출은 최고점을 찍었고,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현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변화, 영세하고 열악한 환경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표면처리 공장이 5성급 호텔처럼 바뀔 수 있다는 확신, 대외적으로도 스마트 팩토리 어워드 대상 수상을 비롯해서 정말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 차 방문하고 계시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탄력적으로 출퇴근을 하고 현재 저희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습니다. 청년 직원 비율이 60%로 저희 회사에서 대학 안나온 사람은 사장밖에 없어요(웃음). 퇴사율도 매우 낮습니다. 저희가 방위산업체인데 제대를 해도 정직원으로 전환을 해서 일을 계속할 만큼 애정을 갖고 일해요. 직원들은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자기 친구를 회사에 소개할 만큼 이곳을 자랑스러워해요. 부끄럽지만 직원들이 “우리 사장님이 존경스럽다”고 스스럼없이 하는 것도 제게는 큰 보람입니다. 그 덕분에 저 역시 직원 복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어요. 직원들이 휴무나 휴가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직원들의 주거환경을 위해 신축 오피스텔로 기숙사 계약을 했어요. 리조트, 호텔도 멤버십으로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직원들의 니즈에 맞게 복지도 계속 변화,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스마트 공장화를 통해 따질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갖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기능한국인을 상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미래를 밝히는 기술의 별’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그간의 편견과 몰이해를 딛고 공식적으로 내가 걸어왔던 길을 인정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연구개발 인원을 많이 충원하려고 합니다. 더 업그레이드된 시스템과 설비로 사무실에서 현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또 저희가 가진 모든 정보와 시스템을 활용해 표면처리 스마트팩토리사관학교를 만들어 표면처리의 모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도움을 주고 지원해 주시는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