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를 향한 갈망과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본능인 듯하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인간의 본능은 우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우주 관련 기술·산업은 1957년 인류 최초 인공위성, 당시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와 함께 첫걸음을 떼며 세계의 관심사가 되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화성 탐사 로봇 ‘퍼시’가 화성 대지에서 바람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화성 소리가 지구에 전송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 곳곳에서 도전 중인 우주 기술과 산업을 소개한다.
미 연방항공청(FAA)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산업의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3,445억 달러다. 이 가운데 76%는 TV, 모바일, 광대역통신, 위성시스템 등이며, 24%는 정부 우주 예산 및 상업용 우주여행으로 구성돼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우주로 발사된 인공위성 등은 총 467기다. 그중 상업용은 292기로 62%에 달하고 나라별로는 미국이 268기로 57%를 차지한다. 우주 로켓 발사 현황을 살펴보면 같은 해 기준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및 뉴질랜드가 총 90회의 궤도 발사를 했다.
우주산업 강국인 미국의 현황을 살펴보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로켓업체 스페이스X(SpaceX)가 테슬라 전기차를 실은 팔콘 헤비(Falcon Heavy) 로켓을 우주로 보내고 보조 로켓 두 기를 성공적으로 회수해 추진 로켓을 재활용, 비용 감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보급 및 상용 인공위성 발사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16년 9월 국제 우주대회에서 팔콘 헤비 로켓보다 더 큰 빅 팔콘 로켓(BFR)을 만들어 2024년까지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Blue Origin),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세운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의 우주 기술로 조만간 민간인이 우주여행을 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블루오리진의 경우 우주여행 서비스 제공을 위한 로켓인 뉴글렌(New Glenn)과 대형 로켓 엔진 BE-4를 개발했으며, 스페이스X처럼 준궤도 재사용 우주선(Suborbital Reusable Vehicle, SRV) 개발에도 성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노스롭 그루먼에서 인수한 Orbital ATK Inc, 보잉(Boeing)과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합작해 만든 회사인 ULA(United Launch Alliance), 전 NASA 과학자들이 모여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플래닛랩스(Planet Labs) 등 우주 관련 벤처기업들이 활발하게 우주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로켓 발사는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왔으나 지난 10여 년간 우주개발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이양되며 우주 공간의 상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소형 인공위성에서 생성하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해 소형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국가 안보 계획에 통합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경쟁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제도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주산업은 소재, 재료, 물리, 수학,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거대 융합 분야로, 우리의 강점인 IT기술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정부는 우주 과학 연구, 우주 기반 기술 개발, 우주 서비스로 구분해 우주산업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한국형 발사체, 차세대 위성, 달 탐사선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민국 200대 중점 우주기술 개발 로드맵’을 확정하고 기술 성숙도가 낮은 기술들은 향후 신규 과제 등을 통해 수준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좋은 성과도 있었다. 지난 2021년 10월 21일 전남 고흥에 자리한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우리나라 우주과학기술의 결정체로 불린 누리호가 이륙해 목표 궤도인 우주 700km 고도까지 비행을 이어간 것이다. 1, 2, 3단 분리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누리호에 실은 1.5톤 무게의 가짜 위성인 ‘더미 위성’의 속도가 충분하지 못해 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누리호가 목표했던 고도까지 위성을 성공적으로 싣고 갔고, 순수 국내 우주과학기술로 우주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우주 과학 기술에는 그 나라의 모든 역량이 녹아 있다. 누리호를 구성한 37만 개 부품이 최적의 시기에 최고의 성능을 내야 발사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1톤 이상의 발사체를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인도의 6개국뿐이고, 한국은 절반의 성공이긴 해도 순수하게 자체 기술만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린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누리호는 성능을 보완해 2027년까지 5회 더 우주여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5월에는 진짜 인공위성을 탑재한 2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인공위성 제작 비용에 2,000억 원이라는 큰 금액이 소요되므로 발사체 기술 검증이 목표였던 1차 발사 때는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가짜 인공위성을 실었다. 2차 발사부터는 앞으로 10년 동안 1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실제 인공위성을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누리호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2030년에는 달착륙선을, 더 먼 미래에는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주산업은 미국, 중국 정부 등의 지속적 투자와 민간기업들의 주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40년까지 세계 우주산업 시장규모는 1조 1천억 달러라는 거대 규모가 될 전망. 우주산업은 고부가 첨단산업 분야이자 R&D 인력 비중이 높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만큼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은 우주산업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전담 조직을 운영,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독자적인 우주산업 개발 역량을 갖추려면 정부의 중장기 투자를 통한 원천 기술 확보와 민간 영역의 우주 개발 참여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의 강점인 IT분야를 우주 기술과 융합하고 기술을 세분화해 국제 협력이 가능한 부분은 다른 국가와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세계는 백년대계를 세우고 우주로 향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우주라는 드넓은 무대. 그 길에 새겨질 우리의 발자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