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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감성로드

이토록 예술적인 순간, 광주를 거닐다

글. 구보은 사진. 광주관광재단

빛고을, 민주화의 성지, 식도락의 천국, 문화도시… 다양한 수식어만큼이나 많은 매력을 가진 도시, 광주광역시. 광주는 예로부터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곳이라는 뜻에서 ‘예향(藝鄕)’의 도시라고도 불렸다.
깊어지는 이 계절, 일상 속에서 예술을 거니는 광주로 떠나보면 어떨까.

거대한 박물관이 된 마을

1899년 지어진 이장우 가옥은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당시 상류층의 삶을 짐작케한다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

요즘 광주에서 가장 핫한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양림동일 것이다. 100여 년 전 광주 근대사를 고스란히 담은 마을이 요즘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기심을 안고 떠난 길. 골목을 따라 야트막한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고풍스러운 한옥들이 먼저 반긴다. 그중에 이장우 가옥이 있다. 이장우 가옥은 광주광역시 민속자료 제1호로, 1899년에 지어진 양반 가옥이다. 원형이 잘 보존된 안채를 비롯해 행랑채, 사랑채, 널찍한 정원 등은 당시 상류층의 삶을 잘 보여준다. 그 옆에 자리한 최승효 가옥과 비교해보면 조선 후기 전통가옥이 개화기 한옥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최승효 가옥은 독립운동가인 최상현 선생이 1920년에 지은 것으로, 지붕 밑 다락은 독립운동가들의 피신 장소였다고 한다.

광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도 양림동에 자리해 있다. 숲속에 자리한 이국적인 건물은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우일선 선교사는 광주기독병원(옛 제중원) 2대 원장을 지낸 인물로, 사택은 1910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기독교 선교사들은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워 우리의 민족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이밖에도 오웬 기념각, 유진벨 선교기념관, 고든어비슨 기념관, 수피아 여학교 등이 있어, 이곳이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마을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케 한다. 좀 더 양림동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싶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테마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자. 근·현대 건축물을 돌아보는 ‘건축투어’, 선교사들의 길을 따라가는 ‘선교투어’가 있으며, 관광해설사 신청도 가능하다.

화재 이후 방치되어 있던 동네를 새로운 모습으로 꾸민 펭귄마을

이제 양림동의 또 다른 면을 들여다볼 차례다. 양림동주민센터 뒤에 펭귄 모양의 이정표를 따라 좁다란 골목길로 들어가면 펭귄마을이 나온다. 어르신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마치 펭귄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에 화재로 타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치우고 버려진 물건을 가져와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고장난 시계도, 다 찌그러진 냄비도 펭귄마을에선 예술이 된다. 쓰다 버려진 것들이 예술로 재탄생하는, 이른바 정크아트다. 이색적인 풍경에 사진 찍기 좋은 마을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다. 최근에는 펭귄마을공예거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공예산업 특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역사를 담고 예술로 피어나다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공방, 갤러리, 공예품 가게 등이 밀집해 문화의 향기가 물씬한 광주예술의거리

문화예술을 미술관이나 공연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예술이 되는 곳, 동구에 위치한 광주예술의거리로 가본다. 지난 1987년 예술의거리로 공식 지정된 이곳은 중앙초교 입구부터 광주동부경찰서까지, 구 카톨릭센터부터 중앙초교 후문까지 열십자(十)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공방, 갤러리, 공예품 가게, 공연장 등이 모여 있고 여기저기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곳곳이 무대로 변모하는 등 예술의거리 전체가 활기를 띤다.

전일빌딩245에 오르면 광주 도심 일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동명동 카페거리

그 옆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sia Culture Center, ACC)은 광주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인 민주평화교류원을 비롯해,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의 다섯 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징물인 옛 전남도청을 그대로 둔 채, 다른 건물들은 지하에 조성한 독특한 구조다. 그러나 빛고을 광주답게 곳곳에 설치한 채광정을 통해 빛이 쏟아져 지하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공연과 전시는 물론 국제회의, 체험행사 등 매번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특히, 광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은 지상에 마련된 도심 속 공원, 하늘마당이다. 널따란 잔디 언덕이 펼쳐져 있어 맑은 날이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역사가 예술로, 예술이 다시 삶으로 들어온 현장이 아닐 수 없다.



빛이 머무는 광 주 여행지 3곳

사직공원 전망타워

사직공원은 광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공원이다. 지난 2014년 이곳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사직공원 전망타워가 지어졌다. 광주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특히 야경이 훌륭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광주 남구 사직길 49

수완호수공원

수완호수공원은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자, 밤이면 광장에 설치된 LED 조명이 아름다운 야경을 선보이는 곳이다. 호수 중앙에는 음악 분수가 설치되어 있어 시간에 맞춰 가면 분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희망우체통도 빼놓지 말자. 광주 광산구 장신로82번길 57

금남로공원

옛 한국은행 광주지점 부지에 조성된 금남로공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가까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낮이면 녹색 공간으로, 밤이 되면 디지털 테마공원으로 변모한다. 나비정원이라는 콘셉트로 멋진 음악과 빛의 조화가 아름답다 광주 동구 금남로3가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