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점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하 균특법)」이 제정된 2004년으로 본다면 올해는 18년 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된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은 기회 균등과 삶의 질 향상, 지역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추진되었으나, 실질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격차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균특법을 근거로 총 4차에 걸친 국가(지역)균형발전 5개년계획이 수립됐다. 이를 통해 지역산업, 문화, 보건·복지, 과학기술, 교육, 농촌 등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였으나, 현실은 지역 간(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발전격차 완화라는 정책목표에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이다.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토의 12%만 차지하는 수도권에 인구의 50.3%, 청년층 인구의 55.0%, 사업체 47.0%, 1,000대 기업 86.9%, GRDP(지역내총생산) 52.5%가 집중되어 있다. 이 외에도 1인당 GRDP는 3백만원 단위면적당 주택매매가격은 약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2019년)가 개발한 균형발전지표로 본 상위·하위 25% 시군구 지역의 인구변화를 보면, 상위지역은 2000년 1,982만 명에서 2021년 2,298만 명으로 316만 명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하위지역은 335만 명에서 268만 명으로 67만 명 감소하였다. 이렇듯 수도권이라는 특정 지역에 인구와 자본이 집중되면, 비수도권 지역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도시 재정 문제 발생, 사회·문화 여건의 약화, 사회기반시설 확충의 지연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기존 경제발전 구조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성장동력의 터전을 비수도권에 마련하여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지역산업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균형발전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지역산업정책은 오랜 기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이 축적되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하였다. 특히, 전국 지자체 중 약 65%가 넘는 지자체가 1개 이상의 지역특구나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어 지역 특화자원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지정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투자지원 정책도 의도치 않게 수도권 편향적으로 형성 되고 있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의 예를 들어 보면, 지역투자보조지원 실적이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과 같은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수도권 경제 범위만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존 지역산업정책에서 일부는 보완하고, 일부는 기존 인식을 넘어서는 정책추진과 지역의 성장거점으로서 산업단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장소 기반 정책의 경우, 지원정책과 수단이 지역투자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이 입주하여 대규모 투자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인세, 상속세 등 조세감면 정책과 규제혁신제도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지정하고 조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기회발전특구(ODZ)라는 새로운 정책을 통해 과감한 세제 혜택, 교육시스템 지원, 규제혁신을 추진 중이다. 기회발전특구를 통해 비수도권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와 지역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산업단지를 지역혁신 성장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제조업의 성장거점 역할을 한 산업단지는 오랜 시간 동안 정부가 체계적으로 조성하고, 법·제도 기반을 마련하였기에 장소 기반 정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단지, 구체적으로 지역기업들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교적 최근 이뤄진 산업단지대개조계획이나 스마트그린산업단지 같은 정책들도 산업단지 혁신을 위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역투자와 기업육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력이다. 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듯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가치관이 뚜렷하며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즉, 신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의 일자리 인식조사 및 맞춤형 정책방안 연구(일자리 기획단, 2018)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중소기업은 문화시설 접근도가 용이하여 호감도가 높은 반면, 비수도권 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기업은 임금과 복지수준이 더 높아도 청년들이 기피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공간적인 브랜드를 높이는 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정책방안이 있더라도 정책개발단계에서 부처별 소통 단절과 규제 제한 등으로 인해 반쪽짜리 정책이 된다면 그 효과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을 막고, 비수도권 발전을 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책결정자들의 깊은 고민과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