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넘쳐나는 상품 과잉의 시대, 더욱이 요즘 같은 불황에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마저 쉽지 않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임에도 구매할 이유를 찾아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 소비자다. 그렇다면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 센터에 따르면 수요의 발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사용하고 있던 제품을 바꾸는 경우인 ‘교체수요’, 가지고 있지 않던 제품을 새로 구매하는 경우인 ‘신규수요’다. 이들 수요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살펴보자.
교체수요의 첫 번째 전략은 업그레이드하기다. 업그레이드는 기능의 개선과 디자인의 변화를 모두 포함한다. 기능 개선이 성공적인 교체수요로 이어지기 위해선 경쟁사와 대비되는 특장점으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위니아의 전기밥솥 딤채쿡은 다양한 기능과 밥맛이 경쟁력이었던 밥솥 시장에서 당질 저감 기능을 내세워 건강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디자인이 개선되는 경우에도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데, 특히 제품의 물리적 외형이 변화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다이슨은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100년 이상의 통념을 깨뜨린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해 강력한 교체수요를 불러왔다.
제품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교체수요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제품에 대한 개념적 변화를 도모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전달하는 전략을 콘셉트 덧입히기라고 한다. 콘셉트를 도입해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셉트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단연 환경이다. 프리미엄 콘셉트는 늘 관심이 뜨거운 분야다. 대표적인 예로, LG전자의 고급 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를 들 수 있다. 정제된 디자인과 정교한 브랜드 마케팅이 맞아떨어지면서 기업 이미지 개선과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교체수요의 마지막 전략은 지불 방식 바꾸기다. 지불 방식을 바꿔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코웨이는 외환 위기로 정수기 판매가 저조하자 정수기 렌탈이라는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다양한 지불 방식에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주기적으로 상품이 배송되는 구독, 지금 사고 결제는 나중에 하는 후불, 보상 판매나 교체 판매로 기존의 제품을 폐기하게 만드는 D2P 등이 있다.
근본적인 수요 창출 전략은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수요가 새롭게 생겨났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혁신은 기술적 성취와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맞아떨어졌을 때 일어난다. 스마트폰만큼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수고와 시간을 줄여주거나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제품이 신규수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신규수요의 첫 번째 전략은 전에 없던 상품이다. 지금 사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한다. 자동차 업계의 화두인 전기차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은 소비자들의 인식, 인프라의 조성, 정부의 지원 등 하나의 생태계가 마련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역시1990년에 최초 출시됐지만 모두 회수되는 아픔을 겪었던 것이 그 예다.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아니지만, 기존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전략도 있다. 위니아의 딤채는 소형 냉장고로는 경쟁력이 없던 제품을 김치전용으로 카테고리를 바꾸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김치를 적게 먹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기류 숙성, 주류 보관 등으로 그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전략은 특정한 타깃 소비자의 수요에 집중하는 마이크로 세그먼테이션(Micro-segmentation)이다. 과거에는 최고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장 다수가 되는 평균 군집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군을 되도록 세밀하게 나눠야 한다. 오늘날처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는 소수의 고객에게 집중해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배송, 공유, 레저, 교통약자 등 고객의 목적과 요구에 맞는 차량을 생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효율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다.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들은 상품 개발의 영역에서도 최소한의 변화를 통해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가져와 따라 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비용과 위험은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점차 기업의 가치는 떨어지고 말 것이다.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고로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뉴디맨드 전략은 공급자 중심의 접근이 아닌, ‘소비자는 언제 물건을 바꾸고 구매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복잡한 시장 환경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소비자뿐임을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소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