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에너지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022년 7월, 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했는데, 이는 원자력을 녹색에너지, 즉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 것이다.
이어서 9월에는 우리나라도 친환경 에너지산업 등을 규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안에 원전을 포함했다.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임은 분명하다.
SMR은 미래 원자력발전 분야의 최대 화두다. 원래 약 300MW급 이하의 출력을 지닌 원자로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500MW 이하의 중형 원자로까지 SMR로 포함한다. 최근 국내에 지어진 신한울 1·2호기의 출력 1,400MW와 비교해보면 기존 원전과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출력이 낮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뜻도 된다.
SMR은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는 달리 증기 발생기와 가압기, 핵연료 등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 안에 넣어 복잡한 배관이 필요하지 않다. 디자인을 단순화함으로써 배관 파손에 따른 방사능 유출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했고, 발전용수가 적게 들어 해안이 아닌 내륙에도 충분히 지을 수 있다. 공장에서 완전하게 제작하여 운송 수단을 활용해 이동 설치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짧고, 외부로부터 전기 공급이 어려운 오지 등에 비교적 쉽게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부지 면적도 적다.
SMR의 안전성 향상과 관련된 주요 기술 중 하나인 고유안전기술은 물리현상인 부력, 중력, 압력 등으로 비정상 상태의 원전을 시스템이 안전한 방향으로 결정하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기기의 작동이나 기능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성을 지속해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원이나 신호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피동안전기술 역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자동 또는 운전원에 의한 수동 작동 신호가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 설계 기술로, 더 나아가서는 구동에 전력이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사고 발생 시 별도의 전원이 없이도 피동안전시스템에 의해 자연 냉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고 확산을 방지하고 지연시켜 안전성을 대폭 높인다.
다음은 사고저항성 재료기술이다. 재료적 특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중대사고 발생 시 노심 손상에서 일차적으로 버틸 수 있는 기술로, 주로 사고저항성 핵연료 개발에 이용된다. 사고시 노심 용융을 방지하거나 최대한 낮출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운전기술의 활용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에 따르면 원전에서 발생한 사건 중 인적 오류가 기여한 사건이 약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사람의 실수를 최소화하는 자율운전이 각광받는 이유다. SMR은 특성상 오지에 설치되고 장기간 운전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자율운전 기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SMR은 방사선적 안전성도 갖추고 있다. 전기 출력 100MW급 SMR의 정상 운전 시 원자로에서 500m 떨어진 곳의 최대 방사선량은 일반인 선량한도(인체에 해가 없다고 생각되는 방사선의 양적 한계)의 약 5% 수준으로 평가된다. 사고 시 최대 방사선량도 일반인 선량한도의 약 40% 수준으로, 혹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방사선 측면에서 안전성을 지닌다.
이렇듯 SMR은 최첨단의 기술을 통해 사고 발생 확률을 크게 낮추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고를 완화 및 지연시켜 사고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매우 안전한 원자로로 평가 받는다.
OECD 원자력기구의 SMR 원자로 기술 및 경제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설비용량 90MW급 SMR의 발전 단가는 kW당 647만 원, 이용률이 90%일 경우 kWh당 62원으로 산출된다. 설비용량이 1,400MW인 대형원전과 비교하면 건설 단가는 2.5배, 발전 단가는 1.8배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앞으로 SMR 보급이 꾸준히 확대되면 제작 기간과 설계 등 여러 면에서 생산비용을 절감하며 대형원전 대비 10~4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다른 에너지원과의 가격 비교는 무의미할 정도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50년까지 전력 기반 시설이 부족한 저개발 국가와 산간·도서·벽지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500~1,000기의 SMR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한다.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SMR 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미국 등 원전 강국은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적인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SMR 상세설계에 직접 참여해 첫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등이 미국 개발사 뉴스케일파워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SMR을 개발하기 위해 2023년부터 6년간 총 3,992억 원을 투입해 i-SMR 기술개발 사업을 펼친다.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해외에 원전 1기를 수주하면 5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중형차 25만 대 또는 스마트폰 500만 개를 수출하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선언이 확대되는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이면서 높은 경제성을 갖춘 SMR이 주목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기에 SMR은 안전성이라는 마지막 열쇠를 더했다. 체르노빌과 트리마일, 후쿠시마까지 전 세계가 기억하는 중대한 사고를 교훈 삼아 지진과 쓰나미를 포함한 자연재해, 화재와 같은 인공 재해, 인적 오류, 기기 고장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험 요소를 고려하여 설계될 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극한 사건에 대해서도 대중과 환경을 최대한 보호하도록 디자인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방사성폐기물의 처리기술 개발 등 SMR의 본격적인 상용화 전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