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은 한자로 ‘炎症’이라 쓰는데, ‘염’에 ‘火(불 화)’자가 두 개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로는 ‘inflammation’으로, ‘불을 지르다’라는 뜻의 라틴어 ‘inflammare’에서 유래됐다.
빨갛게 붓고, 아프고, 뜨겁게 달아오르니 그야말로 몸속에 불이 난 것이라 할 법하다.
지금도 여기저기 아파서 ‘염증厭症’을 느끼는 당신에게, 염증 잡는 특제 소화기를 선물한다.
엄밀히 말하면 염증은 질병이 아니다.
몸에 상처가 나거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됐을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치르는 면역 전쟁 중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붓고 통증이 발생하기에 나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염증이 불필요하게 오래가는 만성 염증이 나타날 때다.
사람들이 염증을 반려동물처럼 곁에 오래 두는 원인은 면역력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하면 쉽게 질병에 걸려 염증이 생기지만, 반대로 면역력이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면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염증이 발생한다.
균형 잡힌 면역력이 필요한 이유다.
면역 조절의 첫 번째 키워드는 ‘미생물’이다. 몸속 미생물은 장 속에서 단쇄지방산을 만드는데, 이는 면역 조절과 염증 감소, 혈당조절 등의 놀라운 작용을 한다. 장내 미생물을 잘 키우는 것만으로 건강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평소 기본적으로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되, 난소화성 탄수화물(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 이하 MAC)로 분류되는 식품도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므로 참고하자.
밀, 호밀, 보리 등 가공하지 않은 곡류
콩, 피스타치오, 연두부 등
체리, 자두, 사과 등 껍질째 먹는 과일
브로콜리, 양파, 연근, 비트, 당근 등 녹말이 적은 채소류
김, 미역, 다시마 등
양배추, 치커리, 케일 등
버섯류
다음은 뇌신경이다. 뇌신경이 건강하지 않으면 면역 염증 반응의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특히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장기 중 내가 가장 약한 곳에서 염증이 발생한다. 장이 약하면 장염, 위가 약하면 위염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평소에 제대로 된 호흡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진정하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자율신경이 분포된 척추를 바로 세우자. 등과 배의 틀어짐을 교정하고 근육을 단련시키면 자율신경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은 내장지방이다.
내장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지방은 아디포카인이라는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복부에 내장지방이 쌓였다면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치매로 가는 지름길이 열렸다는 걸 의미한다.
근력운동을 하자.
근육에 자극을 주는 꾸준한 운동은 내장지방 제거뿐만 아니라, 면역과 염증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마이오카인’ 생성에 도움을 준다.
물론 과도한 운동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도 가려 먹는데 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생활 속 습관을 되짚어보자. 첫 번째는 수면이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염증 수치를 나타내는 CRP(C 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증가한다. 너무 많이 자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 7시간 정도 자는 것이 좋다.
다음은 자주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 몸은 팔다리를 움직이며 걷고 뛸 때 혈액순환과 림프순환이 활성화돼 염증이 체내에 쌓이지 않고 배출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종일 앉아서 일하거나 공부하기 때문에 염증을 다스리는 데 불리하다. 원활한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시간 몰아서 운동하기보다 50분 앉기와 10분 움직이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물 마시기다.
우리 몸은 매일 쌓이는 독소의 대부분을 물로 씻어낸다.
대변, 소변, 땀을 통한 독소 배출 등이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고 뇌 조직의 노폐물 배출이 안 돼 신경조직에 염증이 잘 생긴다.
갈증이 나기 전에 물을 마시자.
특히 미지근한 상온의 물이 흡수율이 높고 몸에 가장 부담이 없다.
급성염증은 적절한 약으로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만성염증에서 벗어나려면 꾸준한 관리로 염증이 다시 생기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내 의지로 단련할 수 없는 내장 기관은 음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특정 질환이 있거나 내 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음식을 통한 치유보다 우선이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