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이하 G밸리)는 대한민국 산업사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장소다.
대한민국 최초의 산업단지로서 정부의 수출주도 성장정책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IT 특화 산업단지로 탈바꿈해 창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를 열어가는 청년-기술창업의 허브이자 모두가 일하고 싶은 일터로 변화 중인 G밸리에 대해 알아본다.
G밸리는 우리나라 근대 산업사의 포문을 연 산업단지다. 1964년 「수출산업공업단지개발조성법」 제정으로 구로 일대에 들어섰던 구로공단을 모태로 한다. 공산품을 수출해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했던 당시 정책 기조에 맞춰 섬유, 봉제업 등의 경공업 중심 산업단지로 운영되었으며, 1970년대에는 국가 전체 수출액의 10%가 이곳을 통해 발생했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경공업 중심에서 첨단지식산업 중심으로 주력산업을 바꾸기 시작한 건 90년대 말 이후부터다. 급속한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던 구로공단은 구로산업단지 첨단화 계획 등을 거치며 벤처, 연구개발, IT 기반의 신산업단지로 변화해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구로구(1단지)와 금천구(2, 3단지) 일대에 걸쳐 약 58만 평 규모로 조성된 G밸리 내에는 약 13,0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정보통신,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등 ICT 분야의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기업의 성장과 이동,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매년 1,000여 개 이상의 입주기업이 변경되고 있다. 단위면적당 생산액은 평균 대비 6.3배가량 더 높은 750만 원(국가산업단지 생산액 평균 120만 원)으로, 이 외에도 서울시에 소재한 지식산업센터의 40% 이상이 G밸리 내에 입지하는 등 국내 최대의 지식산업 집적지로서 위상이 두드러진다.
G밸리는 소기업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IT 벤처기업이 입주한 덕분이다. 이 같은 특성에 맞추어 공단 서울지역본부는 창업기업(스타트업) 및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창업 아이디어 발굴부터 투자연계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비·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우수 창업기업을 발굴해(G밸리 창업경진대회) 사업 실전에 필요한 교육 및 전문 멘토링을 제공하는 한편, 벤처캐피털(VC)·엔젤투자 연계를 통해 창업기업에 투자유치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모데이(Demo Day) 등이 포함된다. 참여 열기도 활발해 지난 2022년 개최된 G밸리 창업경진대회에는 총 183개 창업기업이 지원했으며, 데모데이에는 16개사가 참여해 각각 액셀러레이팅 및 투자의 기회를 득했다. 미래 유니콘 기업 탄생의 발판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창업 생태계 촉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운영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창업기업을 위한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G밸리테크플랫폼(GTP)이 대표적이다. 독립형 업무공간을 비롯해 기술, 지식재산권, 클러스터 등 다방면의 상담, 교육 등을 제공하여 기업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G밸리에는 랜드마크로 각인될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옛 구로공단 정수장 부지에 지상 39층, 지하 7층 규모로 새롭게 지어 올린 사무지원공간 ‘지타워’다. 공단과 넷마블(주)의 합작으로 완공된 지타워는 게임, 콘텐츠 등 지역특화 업종을 유치해, 게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 주기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지타워가 들어서며 약 7,000여 명의 일자리가 마련되었으며 게임아카데미, R&D사업화센터 등이 조성돼 G밸리는 지금 콘텐츠산업의 메카로서 그 위치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기업지원시설 외 G밸리산업박물관, 컨벤션센터 등이 함께 개관해 인프라 보완에도 기여했다는 평이다.
도심복합형 첨단 산업단지로의 재편을 위한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사업을 통해 직장맘 지원 및 창업큐브, 커뮤니티센터, IoT기술지원센터 기능을 갖춘 G밸리 창업복지센터를 개관하였으며, 이어 기존 서울디지털운동장을 체육과 기업지원시설이 어울린 융복합 공간으로 확충하는 재개발사업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부지 내에 청년 동호회, 생활문화센터, 운동시설 등의 기능을 갖춘 다목적 체육관의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에선 디지털콘텐츠, 스마트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SIT), 디자인IT융합기술 등 지역특화 미니클러스터(MC) 간의 융복합 기반을 확대해 신산업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ICT 융합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산업단지에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산업단지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진화하며 한 시대를 담아내는 산업단지로 거듭 중인 G밸리.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산업 발전사를 담아내게 될지 G밸리가 만들어갈 변화에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