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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자격

식품 포장재 산업 속 기술 국산화를 일궈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서일 이현철 대표

글. 김혜민 사진. 김주찬

마트에 진열된 간편식 포장재 속에는 반가운 비밀이 숨어있다.
지난 2021년,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투명 배리어 필름’ 생산기술이 녹아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100% 수입에 의존했던 이 필름은 ㈜서일의 이현철 대표가 나서면서부터 본격적인 국산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일

  • 대표자명
    이현철
  • 주요사업
    알루미늄 증착필름, 투명 배리어 필름 개발·생산
  • 임직원 수
    60명
  • 연혁
    1991.06.
    • 증착사업 시작
    2001.06.
    • 3M社 창문용 증착필름 공동개발
    2014.04.
    • 신규공장 증설(구미국가4산업단지)
    2017.10.
    •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2019.06.
    • 국내 최초 투명 증착 전용 설비 도입
    2019.12.
    • 지역 우수 R&D 표창 수상(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20.06.
    • 습식 코팅 사업 시작 1호기
    2021.01.
    • 국내 최초 레토르트용 투명 배리어 필름 개발
    2022.08.
    • ESG 우수기업 인증(동반성장위원회)
    2022.10.
    •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 유공 장관상 수상(산업통상자원부)
㈜서일 이현철 대표

Q ㈜서일은 ‘알루미늄 증착필름’ 생산에 특화한 기업입니다. 독자분들을 위해 어떤 기술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일은 지난 1991년부터 현재까지 알루미늄 증착에 특화한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증착이란 기술이 조금 낯설게 들릴 수 있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과자나 레토르트용 식품 포장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육안으로 보면 한 겹처럼 보이지만 사실 포장재는 서너 겹으로 이뤄져 있거든요. 그중의 하나가 저희가 제작하는 알루미늄 증착*필름입니다. 특수처리된 증착필름을 씌워야 방수성, 차광성 등을 높여 음식물을 안전하게 보관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포장에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증착이란 금속을 가열한 후 기화시키고 기재에 부착시키는 것을 뜻한다. ㈜서일은 알루미늄을 증착한 필름을 전문 제작하고 있다.

Q 알루미늄 증착필름은 활용분야가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나요?

가장 대표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렸던 식품 포장재 분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연간 약 7,000톤의 필름을 생산하고 있는데, 일본으로 수출되는 양을 포함해 약 4,000톤이 식품 포장재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 분야라고 할 수 있죠. 한편에선 차량이나 건물 창으로 들어오는 자외선 차단을 위한 필름으로 사용됩니다. 단열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눈부심 방지, 사생활 보호 기능까지 겸하는 제품이죠.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 외장재에도 부착돼 표면성과 장식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더해줍니다. 이외에도 반짝이는 옷감, 화장품 펄 등을 제작하는 데까지 사용될 정도로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Q 지난 2021년, 국내 최초로 ‘레토르트용 투명 배리어 필름’ 개발에 성공하셨습니다. 이전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독과점했던 분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떤 기술인가요?

투명 배리어 필름이라는 건 이름 그대로 투명한 필름을 말합니다. 알루미늄을 증착할 때 바로 산화 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들어, 필름을 투명하게 만드는 거죠. 마트에 진열된 레토르트용 제품 중 내용물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제품, 포장 상태에서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데워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이 필름이 적용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스·수분 차단성이 높아 식품의 유통기한을 연장해주는 것이 특장점이죠. 디스플레이, 의료용품뿐 아니라 태양광발전용 패널 생산에도 사용될 정도로 활용범위가 넓습니다. 저희가 개발에 성공하기 전까지, 투명 배리어 필름 생산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일본뿐이었습니다. 100% 일본이 독점하던 시장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역수출하고 있으니 저희의 성과가 국가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일의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부설연구소
이현철 대표는 직원들과 다양한 연구개발에 도전하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Q 아무도 뛰어들지 않았던 분야인 만큼 누군가의 도움이나 조언을 받기도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 시장에 진출해야겠다고 본격적으로 계획한 것이 2017년입니다. 당시 저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알루미늄 증착필름을 생산하는 회사였고, 그 품질에 대해서도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기도 했고요. 그때 지금의 기업부설연구소를 열었습니다. 함께 연구할 직원들을 경력 및 신입 채용하는 등 의욕은 넘쳤지만 예상치 못했던 현실의 장벽에 어려움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국내에 참고 사례가 없으니 무작정 일본에서 열리는 박람회에서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맨몸으로 부딪히기도 여러 번이었죠. 생각보다 큰 수확을 얻지 못해서 의기소침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목표가 명확했기에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회사 차원에선 연구개발 촉진을 위해 실험장비, 계측기 등에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3년간 85억 원가량을 투자했죠. 연구소 직원들도 열심이었습니다. 각자가 목표한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 개인 시간까지 반납했을 정도로요. 배리어 측정 장비는 그 특성상 12~24시간가량이 지나야 결과 측정이 가능한데, 직원들이 제품성능을 끌어올리겠다며 스스로 시료 측정량을 2배로 늘렸던 때가 있었거든요. 모두의 간절함이 오늘의 투명 배리어 필름 제작기술을 완성시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투명 배리어 필름 개발 당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집적지경쟁력 강화사업’이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으셨나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술에서 참고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가령 투명 배리어 필름을 제작하려면 Top coating 조액부터 개발해야 했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국내에 전문가도 없었고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 산학연협의체(MC)였습니다. 고분자, 화학공학 분야 교수님들을 비롯해 정부기관 전문가들까지 연구개발에 참여하면서 도무지 해결될 것 같지 않던 문제들의 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해외 선진기술이 적용된 국제특허 KIPRIS에서 200여건의 유료특허에 대한 분석과 실험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관련 분야의 교수님들, 변리사분들의 도움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개발 초기라 실험 인프라도 부족하고 결과에 대한 해석에도 어려움이 많은 때였는데, 이 사업을 통해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엔 ‘2022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 유공’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고요. 현재 ㈜서일은 스마트디바이스MC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연구개발 주관기업이자 참여기업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일은 국내최초로 ‘레토르트용 투명 배리어 필름’ 기술 국산화에 성공하며 우리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Q 지금은 어떤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산업계에선 환경, 재활용, 탄소중립 등의 이슈가 자주 언급됩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겁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는 등 재활용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데요, 저희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자원순환을 고려한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포장재 소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다양한 소재가 합치되어 이뤄지는 포장재의 구조를 단일화해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자원낭비를 줄이는 것이 주목표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폐자원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활용 하기 위한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재생 원료,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제품 개발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은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인화’를 가장 중시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밝고 맑은 관계에서 같이 협력해 나가야 좋은 성과를 내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 저희가 새롭게 세운 경영방침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본에 충실할 것, 둘째 새로운 시도를 장려할 것, 셋째 서로 간의 배려와 협동으로 단결된 조직을 만들 것.
이 세 가지 가치가 조화롭게 어울릴 때 비로소 시장과 고객사의 니즈를 읽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국내 여러 산업군의 회사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해외시장에 역으로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서일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재 필름 기술개발에 집중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