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당시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던 쿠팡 대구물류센터의 내부가 지난 2월 공개되며 이목을 끌었다.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들이 사람을 완벽히 대신하는 모습이 가히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효율과 생산성을 앞세운 물류현장의 변화는 이제 시작단계일 뿐이다.
물류산업 선점을 위해 각국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경쟁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전환과 1인·맞벌이 가구의 확대 등으로 네이버와 쿠팡 등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electronic commerce, 전자상거래) 시장은 그야말로 급성장했다. 동시에 물류 분야에서도 함께 떠오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동화 시스템이다.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상품을 운반 및 관리하고 보관
하는 과정을 인간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처리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물류 창고는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로봇을 이용해 상품이 작업자를 찾아오게 하는 GTP 피킹 시스템(Goods to Person Picking System)은 기존의 방식보다 작업 속도를 3배 이상 빨라지게 한다.
자동화 시스템과 더불어 물류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로봇이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긱플러스(Geek+)’의 GTP 시스템은 작업자가 걷는 시간을 아예 없앤다. 작업자는 로봇이 가져오는 물류 선반에서 물건을 빼서 분류하고 로봇을 조종하기만 하면 된다. 긱플러스는 자율주행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 시장에서도 국제 점유율 1위로, 지난해 1월, CJ대한통운 군포 물류센터에도 AMR 로봇 128대를 제공한 바 있다. CJ대한통운은 이후 효율성이 약 33% 올랐다고 발표했다. 대단한 결과다.
이커머스 대기업 아마존은 누구보다 빠르게 물류 로봇을 도입했다. 지난 2012년 로봇 제조업체 ‘키바 시스템’을 인수하고 물류센터를 자동화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이후 로봇 35만 대를 투입해 제품의 출·반입을 대신하게 했다. 아마존의 2020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7% 늘어났다.
노르웨이의 물류 로봇 자동창고 시스템 기업 ‘오토스토어(Auto Store)’는 물류센터의 공간을 4배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땅으로 다니는 다른 물류 로봇과는 달리 ‘공기만 가득 저장된’ 공중 공간에서 물류 로봇을 이동시키는 것이 비결이다. 격자형의 큐브형 공간(그리드)에 물건이 든 플라스틱 상자를 가득 채우고, 로봇이 그 위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제품을 가져다준다. 사람이 상품을 꺼내오는 시스템보다는 말할 것도 없고, 로봇이 달릴 공간을 비워야 하는 시스템보다도 저장 밀도가 훨씬 높다. 우리가 잘 아는 3M, 이케아, 아디다스 등이 오토스토어의 고객이다. 이처럼 물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배송 속도를 높이는 물류 효율화는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모든 유통기업의 역점 과제다.
일찍부터 국가 차원에서 물류의 스마트화를 추진한 중국은 미국과 함께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이크로봇’의 연구개발진 수는 1,500명이 넘고, 특허도 800건 이상이다. 2021년에는 약 5,1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선보인 로봇은 리프팅 방식의 LMR(Latent Mobile Robot)과 FMR(Forklift Mobile Robot)로, 모두 모바일 로봇이다. DHL Express, 폴크스바겐 등 함께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다수다. 무인 지게차 전문기업 ‘비전나브 로보틱스’는 3D 비전 카메라와 센서만을 사용하는 완전 자율주행 방식을 이용한다. 기존의 지게차를 개조하는 방식이라 공장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은 자율주행차와 배달 로봇, 드론 관련 기술 등이 가장 큰 이슈다. 무인자동차 기업 ‘웨이모(Waymo)’가 대표적인데, 대형 화물운송업체 UPS, 슈퍼마켓 기업 월마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파일럿 자율 주행 차량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시에서는 ‘스타십 테크놀로지(Starship Technologies)’ 사의 배달 로봇 20여 대가 인간 대신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스타십 로봇은 약 80만km 넘게 이동하면서 10만 건 이상의 배달이 가능하다. 또, 물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도시형 물류 거점, MFC(Micro Fulfillment Center)가 시작되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소규모 풀필먼트(Fulfillment)* 센터에서 보유한 재고로 배송하는데, 약 3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 리서치업체 미국 로지스틱스 IQ는 오는 2026년, 미국 전역에 약 2,000개 이상의 MFC가 자리 잡으리라 전망한다.
영국에서는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출발한 ‘오카도(Ocado)’가 눈에 띈다. 온라인 신선 식품 분야에서 2011년부터 흑자를 내고 있는데, 주요한 비결은 인공지능형 AI 물류창고인 중앙물류센터다. 단순히 창고 그 이상의 역할을 하기에 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AI, 머신러닝, 로보틱스 등의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CFC 내에는 ‘하이브’라고 불리는 아파트형 상품 보관함이 있는데, 위에서 보면 바둑판 같은 형태로, 그 위를 로봇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을 장바구니로 이동시킨다. 앞서 언급한 ‘오토스토어’와 상당히 유사한 방식이다.
우리나라 역시 택배와 배달로 대표되는 생활 물류 서비스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시장은 ‘바로배송’이다.
신선식품, 식료품 등을 물류센터나 오프라인 매장에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오는 2025년에는 바로배송 시장 규모가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물류산업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지난 2월 <스마트 물류 인프라 구축방안>을 통해 물류 산업의 도약을 위한 구체적 전략을 발표했다. 첫째 전략은 차세대 물류 서비스 조기 구현을 위한 방안으로 로봇(‘26년) 및 드론(’27년) 배송 상용화, AI 기반의 전국 당일배송 체계 구축, 차세대 물류기술(자율주행 화물차, 지하물류배송 체계 등) 구현 등이 포함된다. 둘째 전략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으로, 도심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글로벌 물류기지를 조성하는 것 등이다. 셋째는 첨단기술 기반의 물류 안전망 구축이다. 이를 위해 ICT 기반의 화물차 모니터링이 강화되고, 물류시설 안전관리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첨단기술과 규제혁신으로 생활물류서비스산업의 무궁무진한 성장을 이끌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내일을 향한 탄탄한 준비는 언제나 환영할만하다. 물류시장에서의 신시장 개척 및 우위 선점을 위한 각국의 움직임이 발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으로 물류산업의 전성기를 일궈내게 될지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