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고민, ‘올해 여름은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발 디딜 틈 없는 유명 관광지는 걱정스럽고 시끌벅적한 휴가는 어쩐지 부담된다면 살짝 눈을 돌려보자. 바로 경상남도에 자리한 창원이다. 창원시는 지난 2010년 마산과 진해를 통합하면서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 진해국가산업단지를 품은 거대 산업도시인 동시에, 서로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 매력적인 도시로 새로 태어났다. 이번 여름에는 물 따라 길 따라 창원에서 여름을 만끽하면 어떨까.
도심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섬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있는 마산만의 작은 섬, 돝섬이라면 가능하다. 이곳은 위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돼지가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돼지를 부르는 옛 말인 ‘돝’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육로로는 갈 수 없고 선착장에서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돝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자유롭게 섬에 머물다가 시간 맞추어 배를 타고 돌아오면 된다. 다만 나오는 마지막 배의 시간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10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배를 타고 돝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큰 설렘을 준다. 갈매기의 인사를 받으며 섬에 도착하면, 돝섬의 상징물인 황금돼지상이 먼저 반긴다. 황금돼지를 가슴에 품으면 부자가 된다는 설이 있어서 인지 황금돼지상을 안고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돝섬을 황금돼지섬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돝섬에는 파도 소리 둘레길, 숲속 산책길, 작품 감상길이라는 세 가지 테마의 산책로가 있다. 섬을 둥글게 감싼 1.5km의 파도 소리 둘레길은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곁에 두고 시원한 파도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산책하는 길이다.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바다체험장을 비롯해 바닷가로 이어진 길이 있어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잠시 더위를 식혀도 좋다. 워낙 작은 섬이라 해안로를 쭉 따라 걸어도 40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시간이 난다면 돝섬에서 제일 높은 정상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해발 50m 정도라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언덕길에는 지난 2012년 조각 비엔날레 때 만들어졌던 조각작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마치 거대한 야외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최근 돝섬에는 인생샷 명소가 탄생했다. 높이 3.8m의 돝섬 돼야지 소망계단이다. 꼭대기가 하늘과 맞닿은 듯한 계단식 포토존으로, 마산만을 가로지르는 마창대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금돼지섬의 기운을 받아 소원을 빌고 다양한 포즈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시끌벅적한 도심에서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휴식을 즐기고 싶다면 작지만 알찬 섬, 돝섬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이번에는 물 따라 길 따라, 생명을 품은 비밀의 정원 속으로 들어가볼까 한다. 창원시 의창구에 넓게 자리한 주남저수지는 원래 낙동강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 배후습지였다. 1920년대 인근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아 지금의 저수지가 되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가창오리 떼가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생태적 중요성이 떠올랐다.
이제 주남저수지는 겨울을 나기 위해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는 ‘철새들의 낙원’으로 자리 잡았다. 더욱이 철새들이 떠난 계절에도 아름다운 산책길을 걷기 위해 주남저수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이면 유채꽃, 여름이면 연꽃,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억새, 겨울이면 겨울 철새의 군무로,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보통 주남저수지로 통칭해 불리지만 주남, 산남, 동판 3개의 저수지로 이뤄진다.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에 먼저 생태학습관과 람사르문화관에 들러 습지 보전의 중요성과 주변의 생태 환경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 보기를 추천한다.
람사르문화관부터는 둑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생태 탐방로가 조성돼 있는데, 억새가 빼곡한 제방을 걸어 처음 도착하게 되는 곳이 바로 연꽃단지다. 어른의 키를 훌쩍 넘게 자란 연잎 사이로 백련, 홍련, 수련 등 다양한 종류의 연꽃이 알록달록 피어있다. 언뜻 보기엔 연꽃이 전부일 것 같지만,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수생식물이 빼곡해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활짝 핀 연꽃밭을 뒤로 하고 둘레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주남 돌다리가 등장한다. 800여 년 전 마을 주민들이 인근 산에서 길이 4m가 넘는 돌을 옮겨와 다리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현재 다리는 1996년 남아 있던 바위로 복원한 모습이다.
여름철 그늘 없는 탐방로를 걷는 것이 조금 힘겹게 느껴진다면 새로 조성된 생태 탐방로 3구간을 추천한다. 가월마을에서 단감테마공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산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빼곡한 숲 사이를 지나 야트막한 동산에 오르면 곧 드넓은 주남저수지가 눈 앞에 펼쳐진다. 바로 주남조망대다. 나무그늘 아래에서 다양한 각도로 주남저수지를 조망할 수 있다.
주남저수지가 주는 색다른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이른 아침에 찾는 것도 방법이다. 곳곳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개짓을 하는 모습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일몰도 빼놓을 수 없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진 뒤 하늘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면 때마침 날아오르는 새들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이 여름 주남저수지에서 조용하지만 부지런한 생명력의 힘을 느끼고 있노라면, 어느새 일상에서 지친 마음이 다시 활기로 가득 찰지 모른다.
로봇랜드는 세계 최초의 로봇 복합 문화공간으로, 공공시설인 11개 로봇 전시체험시설과 민간시설인 22개 놀이시설이 한곳에 모여있다. 다양한 로봇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로봇랜드로 250 055-214-6000
창원짚트랙은 진해해양공원이 자리한 음지도에서 건너편 소쿠리섬까지 1.4km에 달하는 거리를 최고 시속 80km로 이동하는 레포츠다. 오직 줄 하나에 몸을 매단 채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짚트랙도 재미있지만, 제트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며 출발지까지 돌아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명동로 62 99타워(진해해양공원) 055-1855-0999
문신은 세계적인 추상 조각의 거장으로, 지난 1980년 유년 시절을 보낸 마산에 돌아와 15년에 걸쳐 직접 미술관을 건립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문신의 정원’을 조성하고, 오는 12월까지 미술관을 무료로 개방한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신길 147 055-225-7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