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의 삶이 메타버스 세계로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화하며 가상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가상 학교에서 입학식과 졸업식을 치르며, 가상 전시공간에서 예술작품을 관람하는 등 일상적인 활동이 메타버스 세계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의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는 메타버스는 이제 도시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구원투수로 꼽히고 있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도시 대전환을 열어갈 대표적인 메타버스 관련 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디지털 기반의 가상 세계로 확장해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게 하는 미래 기술’을 일컫는다. 메타버스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나아가 생활, 관광, 문화예술, 교육, 의료, 제조, 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메타버스는 도시 발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도시와 관련한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술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이는 가상 공간에 현실 도시의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로, 이렇게 가상 공간에서 얻은 결과를 다시 현실 도시에 적용해 상황을 개선한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우리는 유동인구 변화,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도로, 고층 건물의 배치에 따른 도시의 바람길 예측, 건물에 따른 일조량 변화, 도시 홍수 진행 방향과 방범·방제시스템, 에너지관리시스템, 상하수도시스템, 복지시스템 등 도시의 다양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그러면 한층 효율적으로 다양한 도시 문제를 예측하고 도로 넓이와 방향, 건물 배치, 하천의 모양과 폭 등을 도시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VR·AR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는 미래형 도시를 기획하고 가상 공간과 실제, 나아가 증강현실까지 융합한 형태로 도시를 재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트윈은 세계 각국에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른 기후 문제, 디지털 불균형 문제 등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할 미래 기술로 인식된다. 미국이나 네덜란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에너지, 교통 및 물류, 관광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스마트 시티 조성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 도시에서는 새로운 건축물에 대한 인허가가 접수되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건축물이 입지할 경우 다른 건축물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와 도시 전체의 바람길, 기온이나 일조량 등에 대한 데이터를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한 후 허가를 승인하는 등 도시의 계획이나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각국의 경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공간 정보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다. 공간 정보를 도시에 활용하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국가의 사례로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다. 정확한 공간 정보를 활용한 디지털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전 국토를 3D 가상현실로 구현함으로써 스마트 시티 구현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어서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전체 국토 면적이 697km²로 605km²인 서울에 비해 조금 넓다. 좁은 면적에 589만 명이 거주하다 보니 국가 인구 밀도가 km²당 8,450명으로 마카오, 모나코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한다. 인구 과밀로 주택,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러 도시 문제에 시달리던 싱가포르는 2014년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스마트 국가로 탈바꿈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국가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웠고, 2018년 도시 전체를 3D 가상현실로 구현한 ‘버추얼 싱가포르’를 완성했다. 버추얼 싱가포르에는 도로, 빌딩, 아파트, 공원 등 주요 시설은 물론 가로수, 벤치 등 모든 구조물과 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도시 정책 수립에 유용하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공간 정보를 활용해 도시 내 교통, 환경, 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 시티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과 가상 환경을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바로 공간 정보다.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에 따르면 공간 정보는 ‘지상·지하·수상·수중 등 공간상에 존재하는 자연적 또는 인공적인 객체에 대한 위치 정보 및 이와 관련된 공간적인지 및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3차원 공간 정보를 토대로 한 도시 관리 서비스는 이제 메타버스 디지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현실과 유사한 다양한 대상을 담아 디지털 가상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참여자들의 분신인 아바타들이 활동하게 한다. 공간 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으로 현실 세계의 형상을 보다 생생하게 재현한다면 보다 실감나고 다양한 메타버스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프롭 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용어로, 부동산 산업에 IT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온라인으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3D 설계, 블록체인 등의 첨단 기술이 부동산 산업과 연계되면서 부동산 앱을 이용한 마케팅 플랫폼, 부동산 관리 서비스, 공유 서비스, 데코·인테리어, IoT 스마트홈, 3D 공간 구현, 인공지능 건축설계 등 부동산 산업의 모든 벨류체인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은 공급자 위주의 발전 상황, 특유의 폐쇄성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발발로 대면 계약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비대면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느는 등 디지털 전환 분위기가 이어지며 프롭 테크 산업이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초기의 프롭 테크는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중개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3D 설계,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 도입으로 부동산에 대한 온라인 현장 확인, AI 매물 추천 및 평가, 부동산 시세 추정 및 세금 정보 제공, 비 데이터 기반의 자산관리 등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새싹기업])으로 등극한 스타트업 ‘직방’의 경우 지난해부터 원하는 아파트 단지를 3D 입체 화면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원하는 아파트의 동·호수 내부까지 둘러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전망과 시간에 따른 일조량까지 체크 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가상 공간에 모델하우스를 구현해 고객(아바타)이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실제 모델하우스를 짓는 것과 비교해 예산 절감은 물론,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어 ESG 실현에도 의미가 있다. 메타버스가 도시 문제 해결에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프롭 테크는 부동산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공정하고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실시간 변동되는 자료를 소비자에게 지원해줌으로써 부동산 거래 시 도움을 준다. 소비자는 거래 시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대신 프롭 테크 업체의 앱을 이용해 매물 탐색부터 계약까지 원스 톱으로 해결 가능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앱을 통해 매물을 검색하고 3D로 만들어진 VR로 내부 및 단지를 확인한 뒤 가격 검토를 거쳐 계약까지 하는 것이다.
프롭 테크는 건설사의 설계 및 시공, 인테리어 분야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빅 데이터로 분양 입지를 선정하고 손익분석을 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고 인공지능 기반의 건축설계를 하고 드론 기반의 현장 측량 및 시공을 도입하는 곳도 많다. 오래된 주택 인테리어에는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실시간 3D 기술을 활용해 디자인한 후, VR·AR 체험서비스를 실시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건설 현장의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도 프롭 테크 기술을 활용한다면 건설 현장의 안전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