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업단지는 디지털 혁신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제조혁신 인프라의 가동으로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입주기업에게 기술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디지털 제조혁신 지원시설을 소개한다.
미래 제조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신기술을 도입해 제조 전주기를 디지털화하여 제품의 성능을 미리 예측·검증하고, 제조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최적의 설계방안을 찾아내는 등 기존 제조공정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인프라 초기 구축에 부담이 큰 만큼 기업, 특히 소규모 제조기업의 경우 개별적으로 시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제품의 기획·설계부터 생산, 물류·유통에 이르기까지 제조 밸류체인(가치사슬) 전 공정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디지털 제조혁신을 위한 대표적인 지원시설로 꼽히는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를 비롯해 ‘표준제조혁신공정모듈’‘혁신데이터센터’ 등이 그 예다. 지난해 위의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은 수혜기업의 수는 총 194개 사(社)로, 이들 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자문 및 시스템 구축, 컨설팅 등에 대한 지원을 받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창원,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혁신데이터센터를 통해 수혜를 받은 기업들의 경우, 평균 매출 증가율이 25.2%(창원 52.9%, 반월시화 10.5%)에 달하는 등 뚜렷한 사업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이하 시뮬레이션센터)는 제품을 실물로 제작하기 전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을 예측·검증하는 한편, 실제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파악·분석해 실제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는 모두 시뮬레이션센터 내에 갖추어져 있으므로 입주기업은 개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거나 사설 업체에 의뢰를 할 필요가 없다.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오로지 새로운 제품 생산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 이용대상은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고가의 소프트웨어와 유지보수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기존의 단순조립 생산방식을 고수 중인 중소·중견기업이다.
지난 2020년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경북 구미,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구축된 시뮬레이션센터는 현재 제조공정 혁신을 지원하며 ICT 기업의 융합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혁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구축된 주요 인프라는 크게 두 가지다. 융복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제조·공정 설계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및 고성능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시스템 등의 기업 통합지원 인프라와 AR·VR 시스템, AI·VISION 시스템, 시뮬레이션 결과 실증 시스템 등의 지원기술 고도화 및 제작·검증 인프라다.
오는 2023년까지 579억 원의 국비가 투입될 시뮬레이션센터 구축사업은 현재 다양한 성과로 사업 실효성을 증명하고 있다. 초기 사업목적이었던 제품 개발기간 단축과 투자비용 절감은 물론, 참여기업의 사업화 매출증대 및 신규 고용창출에도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소재한 시뮬레이션센터의 사례를 살펴보면, 26개 참여기업의 개발기간이 평균 6개월가량 단축되었으며 소프트웨어 구입·운영비, 전문인력 인건비 등 간접 투자비용이 절감돼 약 96.2억 원의 절감효과를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업참여를 통해 121.7억 원의 사업화 매출액(9개사 기준)을 기록하는 등 다방면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 구축사업에는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돼 국가 시뮬레이션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관련 교육에 참여한 인원은 총 132명(기업 재직자)으로, 이들은 벡터해석 및 전자기학, 마그네틱 리프트 제어 알고리즘, 구조·설계 및 열유동 실시간 해석이 가능한 ANSYS Discovery 시뮬레이션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았다. 시뮬레이션센터는 앞으로 전국 산업단지로 더 넓게 확대될 예정이다. 오는 2023년부터는 경기 반월시화, 인천남동, 광주첨단, 대구 성서 스마트그린산업단지에 추가 건립될 예정으로, 특히 각 산업단지에 특화한 업종에 맞는 지원시설을 구축하여 입주기업들이 신산업으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실제 제조현장(공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신기술을 먼저 적용하여 시험해볼 수 있도록 마련된 개방형 스마트제조기술 시험장이다. 현재 전국 산업단지 중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유일하게 조성되어 있으며, 주변에 밀집한 정밀기계·항공·방산 등의 산업군을 고려해 이들에 특화한 스마트제조를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가공·조립·검사 모듈형 생산체계를 구성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주요 솔루션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최신 스마트 제조기술의 현장적용모델(POC)을 구현,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4월 ‘스마트제조 공정혁신센터’라는 이름으로 준공한 센터 내에는 고정밀 부품과 시제품 가공에 필요한 가공환경이 구축되어 있으며, 표준상호운용성 지원을 위한 테스트베드 라인이 갖추어져 있다. 현재까지 지원받은 기업으로는 LG전자, S&K 항공(주) 등이 있으며 이들은 시험분석/QCD(Quality, Cost, Delivery)개선 지원을 받았다. 또한, 기계·방산·항공 업종에 특화한 스마트제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스마트제조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각 제조업체에서 발생하는 설비·에너지 등의 제조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하여 이를 다시 제조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이다. 개별기업이 아닌 산업단지 차원에서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제조기업은 에너지 절감은 물론 각각의 설비 상태를 정량적으로 파악하여 설비 이상 및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제조데이터를 활용해 시설을 적절하게 유지·보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시작된 혁신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은 현재 경남 창원, 경기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진행 중이다. 운영목표는 동일하지만 운영 형태 측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반월시화의 경우 안산 데모공장 내에 1PB(페타바이트, TB[테라바이트]의 약 1,000배)급의 실물 인프라를 구축하여 운영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전산실 서버에 소프트웨어 등의 솔루션을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와 달리 창원의 경우 민간 데이터 전문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하여 운영한다. 현재 64개 사의 현장 제조데이터가 수집·가공 중이며, 수요기업별로 수준을 진단하여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 예정이다.
한편 창원 혁신데이터센터는 지난해 사업 참여기관인 태림산업(주) 내에 제조데이터 소통공간인 MDCG(Manufacturing Data Community Ground)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내부에는 데모 생산라인과 데이터 관제실(모니터링)을 비롯해 개방형 교육장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학습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MDCG 방문객 수는 1,126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