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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읽기

뉴노멀 시대 디지털 전환과 혁신 전략

글. 강태욱(『뉴노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저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우리를 찾아온 코로나19라는 변수는 기업과 조직이 디지털화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고, 이로써 전체 비즈니스 모델은 짧은 시간 동안 디지털로 재편되었다. 이를테면 코로나19 발발로 사람들은 오랜 시간 물리적 접촉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일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원격으로 교육을 받게 되었으며, 정서적 만족을 위해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이 과정은 우리가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타의로 경험하게 된 디지털 도구들은 이제 기존에 사람이 했던 일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파괴적인 디지털 기술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하게 하며, 고객 경험 및 시장 환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 미국 MIT에서 발행하는 기술분석 잡지)에 따르면 경영진의 87%가 디지털 기술이 업계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사물인터넷(IoT)은 센서가 수집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현실을 모방한 가상 세계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때 시뮬레이션 기술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뤄지며, 가상 세계에서 이전보다 훨씬 현실적인 대안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디지털 혁신 기술은 프로세스 개선 그 이상이다. 이는 소비자 행동, 고객 경험 및 조직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혁신 기술은 신제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여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기존 산업 구조와 경쟁 환경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디지털 전환으로 변화하는 산업계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상황은 우리가 일하는 모습과 사고방식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제약회사 ‘화이자(Pfizer)’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 및 품질 향상에 성공했다. 예를 들어, 화이자는 생화학 반응기 내부의 유체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GPU(Graphics Processing Unit, 영상정보를 처리하고 화면에 출력시키는 일을 해주는 장치)를 이용하여 Boltzmann 기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적용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한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현장 실험 작업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 제조공정개발 로드맵 수립에도 성공했다. 현재 화이자는 의약개발 제조혁신을 위해 영국 의약품 제조혁신센터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시장 파괴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2021.2, Tim Wright, Pfizer Partners with Medicines Manufacturing Innovation Center, Contract Pharma).

독일의 압축기 제조사인 ‘캐져(Kaeser)’는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제품 조립 및 출시 전, 다양한 사용 조건을 고려한 테스트를 가상으로 수행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품질관리 공정을 자동화하고, 가상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검토한다. 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Sigma Smart Air 기술은 장비의 유지보수 시기 예측과 에너지 최적화를 지원하며, 가용성 있는 장비 운영을 보장한다. 이를 위해, 현장의 시스템은 디지털 트윈으로 표현되고, 센서로부터 획득한 운영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잠재적 결함을 사전 감지한다.

새롭게 등장한 스타트업(새싹기업) 역시 제조업계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기반의 스타트업 Ogun은 제조·물류 업계를 위한 협업 플랫폼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제조건설 현장에서 전 직원 및 공급업체와 각종 계획, 자재, 파일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공급업체가 카탈로그 전달·주문·배송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현장의 모습도 변화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 전략과 주요 체크 포인트

모든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맥킨지(McKinsey)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70%가 실패한다(pandio, 2021.3, Top 5 Reasons Digital Transformation Efforts Fail). 그러므로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실행하기 전 현명하게 생각하여 전략을 세워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을 사용하여 프로세스를 다시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 서비스를 디지털 버전으로 단순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조직의 비전과 전략,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속한 회사 문화가 디지털을 사용한 적이 없거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부터 생각하는 것이 첫 단계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값비싼 기술을 사람들에게 던져준다고 해서, 디지털 전환은 저절로 실행되지 않는다.

또한 디지털 전환은 비즈니스 어디서 수익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이 항상 중심에 있어야 한다. 다음은 디지털 전환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검토할 수 있는 디지털 비즈니스 가치 체크 리스트이다.

가치
당신이 제공할 서비스는 고객에게 무슨 이익을 주고 있는가?
고객
고객 규모와 특징은 무엇인가?
시장
시장에서 경쟁자는 누구이고, 그들이 이익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원
비즈니스 전략 실행에 필요한 시간, 인적 자원 및 현금은 얼마나 있는가?
현재 위치
현재 비즈니스에서 당신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성장 엔진
앞으로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해 이동해야 할 디지털 비즈니스 지점은 어디인가?
로드맵과 실천전략
현재 위치와 도달하기 위한 목표를 고려한 로드맵과 전략을 만들었는가?

디지털 혁신을 수용하고 고객 여정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하는 기업은 보상을 받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가치는 데이터에서 나오고, 데이터의 가치는 활용 목적에 따라 달라지며, 활용 목적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효용이 달라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를 연료로 실행된다. 데이터의 무결성 문제, 불필요한 데이터 수집 작업, 불명확한 데이터 사용 요구사항,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디지털 트윈 성공에 치명적이다.

무조건적으로 최신 IT기술을 추종할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가치에 기반한 활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술이라고 바로 사용하는 것보다, 디지털 전환의 바탕이 되는 문화와 생태계를 먼저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