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오기 시작하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각종 소화 장애 문제.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속이 쓰리고, 특별히 과식한 것도 아닌데 신물이 올라오는 등 사람별로 증상은 다양하게 발현되지만 공통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이 있다. 겨울철 더 빈번히 발생하는 질환 ‘역류성 식도염’이다.
가슴이 쓰리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기침이 멈추질 않고 목이 쉬기도 하며 심지어 충치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모두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다. 이처럼 역류성 식도염은 사람마다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에게는 까다로운 질환이고, 환자에게는 잘 낫질 않으니 답답한 질환이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긴 하지만, 10명 중 8~9명이 1년 안에 재발을 겪는다. 그만큼 완치가 어렵다는 뜻이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은 대부분 타는 듯한 가슴쓰림, 그리고 산 역류로 인한 ‘신물이 올라오는’ 통증을 호소한다. 역류성 식도염에서만 주로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역류성 식도염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비전형적인 증상들도 있다.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거나 터질 것 같은 통증, 음식을 먹으면 잘 내려가지 않는 연하 곤란, 위산이 입까지 역류해 치아가 손상되는 치아 미란증 등이 대표적인데, 각각의 증상은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식도염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식도의 운동기능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로 내려가는데, 이때 식도는 열심히 연동운동을 해서 음식물을 이동시킨다. 식도의 운동기능이 떨어지면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못해 목이나 가슴에 걸린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식도를 지나 위로 전달된 음식은 pH 2 이하의 염산 성분인 위산으로 분해되는데, 위산이 식도로 자주 역류하면 식도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30년 사이에 역류성 식도염의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식생활을 포함한 생활양식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고열량 고지방 음식은 소화가 느려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위산 역류도 빈번해진다. 인구의 고령화도 하나의 원인이다. 나이가 들수록 식도도 노화하는데, 식도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병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과도한 스트레스도 문제다. 스트레스를 받아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면, 식도의 감각도 과민하게 반응한다. 위산이 조금만 역류해도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통계적으로는 여성보다 남성이 역류성 식도염에 더 잘 걸린다. 역류성 식도염의 위험인자인 흡연과 음주를 하는 비율이 높고, 비만율도 더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령대로는 사회 활동이 왕성한 4~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에는 20대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밤늦게 배달 음식과 혼술 등을 즐긴 부작용으로 추측된다.
먼저 흡연과 음주, 비만(특히 복부 비만)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대부분의 질병 치료에서 언급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식습관 개선이다.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대표적인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은데, 먼저 커피다. 식후에 커피를 마시면 위산 분비가 촉진돼 소화가 잘되지만, 위산이 증가하면 역류도 잘된다. 식도에 이미 염증이 있다면 커피가 점막을 자극해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음으로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오며 위 내용물이 역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초콜릿의 카페인과 지방, 설탕도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디저트로 즐기는 민트류는 식도를 조이는 근육을 느슨하게 한다. 오렌지, 귤 등 산성이 높은 과일은 위산 분비를 자극하고 의외로 토마토도 포함된다. 생양파와 생마늘 같은 매운 채소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트림을 유발하며,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위에 오래 머물고 식도 근육을 느슨하게 만들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음식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먹는 방식도 신경 써야 한다. 잠들기 3시간 전에 음식을 먹으면 역류성 식도염 위험이 7.45배 높아졌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는, 야식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한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연말연시를 조심하자! 또, 밥을 15분 이내로 너무 빠르게 먹거나, 한 번에 음식을 많이 먹거나, 식후에 눕지는 않는지도 생각해보자. 바꿔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불평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지금 당신의 속이 쓰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