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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ON

관계 맺기에 대한 새로운 정의, 인덱스 관계

우리는 무슨 사이일까?

글. 구보은 참고. 트렌드 코리아 2023(김난도 외, 미래의창)

소통의 매체가 날로 진화하면서 현대인의 인간관계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복잡해진 현대인의 관계 맺기는 이제는 각종 색인을 붙이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우리는 이것을 ‘인덱스 관계’라 부른다.

복잡한 인간관계에 이름을 붙이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만으로 연락하던 과거에는 지금처럼 인간관계가 복잡하지 않았다. 전화번호 목록에 저장되어있는 이름들이 친구의 전부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카카오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넘쳐나는 플랫폼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인간관계를 선사한다. 선망하는 인스타그램 친구, 최신 정보를 전해주는 페이스북 친구, 동네에서 만나는 실제 친구에 이르기까지… ‘친구’라는 단어 안에 매우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처럼 나날이 복잡, 다양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등장한 관계 맺기의 새로운 정의가 등장했다.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예전의 관계 맺기였다면, 요즘의 관계 맺기는 목적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을 뗐다 붙였다 하며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관계 관리에 가깝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렇듯 인덱스를 붙여 관리되는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요즘의 인간관계를 ‘인덱스 관계(Index Relationship)’라고 명명한다. 인덱스란 색인 또는 목록이라는 뜻으로, 데이터를 기록할 때 이름·크기·속성·보관 장소 등을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관계 만들기

그동안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같은 반이라서, 동아리를 같이 해서, 회사 동기여서 등 우연한 기회에 자연스럽게 인연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제는 관계 맺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인덱스 관계 만들기의 첫 번째 유형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상태에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목적 관계’다. 데이팅 앱을 사용해 연애할 상대를 찾거나, 취미나 학습 영역에서도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만난다.

두 번째 유형은 평소 교집합을 찾기 어려운 타인과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관계를 확장하는 방식의 ‘랜덤 관계’다. 아이폰 이용자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에어드롭 놀이가 대표적인 예다. 에어드롭이란 애플 제품 간에 사진 등의 파일을 무선으로 공유하는 기능인데, 반경 9m 안 사람들과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낯선 사람들과 유머짤 등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목적 관계나 랜덤 관계가 등장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더는 현대인이 기존 친구들과 서로 같은 생애주기를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업도 취업도 결혼도 각기 다르게 겪기 때문에 같은 이슈로 정보를 공유할 기회가 줄었다. 이때 각종 정보 교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바로 온라인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관계의 풀을 확장하는 목적 관계나 랜덤 관계가 현대인의 기대와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다.

중요도에 따라 관계를 분류하고 유지하다

예전에는 얼마나 자주 만나는가가 관계의 친밀도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던데 반해, 요즘은 ‘친하다’의 의미를 정의 내리기가 간단하지 않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Z세대는 ‘SNS에서 자주 소통하는 관계’를 ‘1년에 한두 번씩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관계’보다 더 친한 관계로 분류했다. 이처럼 현대인의 인간관계는 관계의 밀도라는 하나의 축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점이 서로 교차하면서 한층 복잡해졌다고 볼 수 있다.

관계의 스펙트럼이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은 SNS마다 색인을 붙여 제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 하나의 SNS 안에서도 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인이 존재한다. 한 예로, 인스타그램의 ‘친한친구’는 전체 팔로워 중에서 내가 미리 설정한 사람만 스토리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지정하는 기능이 있다.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 차단을 표시하는가 하면, 친밀한 관계에서는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관계에 인덱스를 뗐다 붙였다 하며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일까. 예전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라도 참고 견디며 잘 유지하는 것이 미덕이었으나, 요즘에는 모든 관계에서 ‘자기중심성’이 강조되고 있다. 저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계를 지속할지 결정할 때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인덱스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렇다면 인덱스 관계의 다양한 면면을 기업 활동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우선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인덱스 관계 맺기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한 예로, LG U+의 야구 콘텐츠 플랫폼인 ‘U+프로야구’는 지난 2021년 KBO리그 정규 시즌부터 친구 채팅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람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의 조직 관리 측면에서도 인덱스 관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인덱스 관계에서는 소통에 대한 선택지가 ‘나’에게 있어야 한다. 회의 일정에 전체 인원이 동시에 참석할 필요 없이, 녹화 영상 클립을 통해 자신이 원할 때 보고 하거나 보고 받을 수도 있다.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서 관계 맺기에 대한 양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간 좋은 관계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이들과 얕은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신뢰할 만한 소수의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온라인으로 만난 익명의 사람보다는 오프라인으로 소통하는 친구가 더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덱스 관계 역시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인덱스 관계 속에서 어떻게 더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