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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디지털 전환 동향과 앞으로의 방향성

글.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일러스트. 김수진

산업계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비대면·온라인 수요 확대와 이에 대응한 디지털 기술혁신은 소비시장 뿐 아니라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적층제조(3D프린팅), AR·VR(가상현실·증강현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정보통신(IT) 분야를 넘어서 거의 모든 산업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와 경쟁구도가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전환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OTT(방송서비스), 홈트레이닝, 스마트홈, 원격의료, 전자금융 등 대표적인 비대면 서비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였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제품의 스마트화 또는 콘텐츠·서비스 융합과 같은 디지털 전환이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이 되고 있다. 즉, TV나 로봇 등 제품의 성능(하드웨어)이 성숙하면서, 제품에 탑재된 콘텐츠, 플랫폼,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가치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다.

또한, 제조업의 생산성 측면에서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의 제조 스마트화가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기계 또는 로봇의 도입에 따른 자동화가 생산성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면, 이제는 디지털 전환을 더해 자동화를 넘어서는 지능적·자율적 생산이 요청된다. 향후, 다품종 소량생산과 같은 유연생산 수요가 늘어나고 제품의 서비스화가 진전되면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

산업별 디지털 전환 현황을 살펴보면 방송통신서비스·정보서비스·소프트웨어 등 IT서비스 분야 업종의 디지털 전환이 가장 활발하다. IT서비스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창출과 구독모델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확립으로 요약되며,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IT서비스 시장을 뒷받침하였다. 반면, 제조업 분야는 생산 및 업무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미흡하고,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어렵거나 관련 역량이 취약하여 디지털 전환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산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IT서비스 분야의 평균적인 디지털 전환 단계는 3.9단계로 ‘확산 구축(4단계)’에 근접했다. 반면, IT제조(가전·정보통신기기·반도체) 분야는 2.7단계로 ‘초기 구축(3단계)’ 단계보다 낮았다. 다만, 제조업 중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공장 구축이 활발한 자동차, 가전 업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각각 5.2단계, 4.0단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업종별 디지털 전환 단계가 상이함을 보여준다.

기업규모에 따라서도 일부 차이를 보였는데 대·중견기업은 평균 4.7단계, 중소기업은 평균 4.0단계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IT서비스 분야의 경우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단계가 평균 4.8단계로 제조업 분야 대기업(4.3~4.5단계)보다 높았다. 이는 기업의 규모보다는 업종에 따른 요인이 디지털 전환과 더욱 긴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책 동향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산업적 영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부는 산업과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8월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마련하였고, 2021년 12월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제정하여 2022년 7월 시행하였다. 현재 동 법에 따른 ‘산업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는 산업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전환 지원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산업 디지털 전환 확산 지원체계 구축(2020년~ ), 산업지능화 선도 밸류체인 육성(2021~2023년), DX한걸음 프로젝트(2022~2024년)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업종별로 디지털 전환을 돕는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9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여 디지털화에 대응하는 종합전략을 구체화했다. 동 전략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디지털 역량 강화와 안보·경제·사회 등 다양한 관점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디지털 문화·헬스케어·운송 등 서비스업 미래 경쟁력 강화와 미래형 제조업으로 선진화 등이 포함된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산업데이터 공동 활용 시스템 구축과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밸류체인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산업 디지털 전환의 방향

디지털 전환이 산업경쟁력 확보에 핵심적인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디지털 전환을 기회로 삼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먼저는 자사의 규모와 디지털 역량, 산업적 특징, 시장의 변화, 경쟁사의 디지털 전환 추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디지털 전환의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이다. 제품혁신, 서비스화, 새로운 시장 또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 공정혁신, 공급망혁신 등 다양한 목표가 제시될 수 있으며, 디지털 전환의 방향을 수립하는 일부터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

정부 정책은 이처럼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이 직면하는 문제를 식별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업종 또는 기업별 지원책을 준비하여 정책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비교적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산업단지별 접근을 취한다면, 산업단지 내 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디지털 전환 과제를 식별함으로써 정책효과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데이터 수집부터 디지털 기술, 인력, 통신인프라, 자동화, 수요데이터 연계 등까지 다양한 공통과제를 식별하여 기업의 디지털 전환 목표에 부합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단지 수준에서 통신·보안·데이터 디지털 인프라를 공통으로 구축하고 디지털 전환 방안과 솔루션 등 디지털 전환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면,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산업 디지털 전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